또 다이어트
11/29/21  

나는 도넛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이어트만 시작했다 하면 도넛이 미친 듯이 먹고 싶어진다. 말도 못 하게 달고 느끼한 도넛을 크게 한입 베어 무는 상상을 펼치며 입맛을 다신다. 요 며칠도 그렇게 도넛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예전에 친구가 아이돌 그룹 멤버로 발탁되어 본격적인 활동에 앞선 몸만들기 다이어트에 돌입한 적이 있었다. 요즘 아이돌들은 기획사에서 건강에 알맞게 운동과 식단을 제공해줄지도 모르겠으나 90년대였던 그 당시엔 그런 게 없었다. 아주 무식한 방법으로 무조건 굶고 배가 고프면 뻥튀기 같은 것으로 배를 채우는 식이었다. 친구가 엘에이에서 합숙을 하다가 가끔 본가인 오렌지카운티로 돌아오면 만날 수 있었는데 까맣게 선탠한 바짝 마른 몸이 영 낯설게 보였다. 우리를 만나면 친구는 참을 수 없는 식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는 했다. 하루는 Popeyes (파파이스)에 같이 갔는데 비스킷에 버터와 꿀을 발라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그때 친구의 눈빛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나는 내 생을 통틀어 비스킷을 그렇게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지금 나는 다이어트 식단을 실행 중이다. 지난가을에 금주와 탄수화물 줄이기 식단을 한 달 남짓 실천하다가 여행, 모임 등으로 흐지부지되었는데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열의를 끌어모아 도전하는 중이다. 내가 하도 여기저기 러닝, 등산한다고 요란을 떨어서 남들은 살이 엄청 빠졌을 거라고 기대들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꽉 끼던 바지가 조금 덜 끼는 수준으로 그 바지가 헐렁해진 것도 아니고 아예 옷 사이즈가 하나 밑으로 내려간 것도 아니니 아무리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 해도 쉽게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꾸 나를 힐끔힐끔 보지 말아요. 애써 살 빠진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동공 흔들리는 거 다 보입니다.)

 

지금 나는 55kg 정도 나가는데 체지방 5kg 감량이 목표이다. 지금도 체중 자체가 심각하게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나 체중에 비해 근육이 너무 적고 체지방이 심각할 정도로 많은 타입이다. 정말 몸에 근육이라고는 없는 타입이랄까…... 얼마 전 70대인 엄마와 팔씨름을 했다가 압도적으로 패배한바, 근력이 어린이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몸뚱이로 40년을 넘게 버티다 보니 걸핏하면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리고 조금만 활동을 많이 해도 집에 돌아와 녹초가 되고…... 그나마 지금까지는 젊어서 버텼고 관절은 문제가 없어서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보장할 수 없다. 더 나이 들고 더 아파질 것을 생각하니 심란하다. 

 

그래서 나는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보기에 비만이 아니라고 몸무게가 평균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태, 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을 빼야 한다. 흐지부지되었던 식단을 다시 챙기게 되었는데 외식과 모임 약속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오늘은 시댁 식구들과 저녁 약속으로 제철인 방어회를 먹기로 했고 내일은 친구들과 광장시장에 가서 육회와 녹두전을 먹기로 벌써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잡아두었다. 육회는 괜찮을 것 같은데 녹두전과 막걸리는 어쩐단 말인가…... 다이어트 식단 중에 음주는 거의 범죄 수준으로 취급하는데......  모레는 김장이다. 갓 담근 김치에 굴 좀 넣어 버무리고 수육을 삶아 같이 먹는 게 김장의 하이라이트인데 그건 또 어쩌지? 다음 주에는 친구가 내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뷔페식당에 데려가 준다고 했는데...... 다이어트는 매번 산 넘어 산이고 시련의 연속이다. 그래서 아마 지금껏 성공을 못했을 거다. 여러 번 말했지만 결혼식 앞두고도 살을 못 뺀 장본인이다. 

 

살을 뺀다고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40대 중년 아줌마가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주위에서도 그만하면 되었으니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나 역시 같은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 크게 불편하고 심각하게 아프지 않으니 애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씩 욕심이 생긴다. 조금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 오래 걷고 서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지를 입고 오래 앉아있으면 불편해서 자꾸 월남치마 같은 것만 찾게 되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옷 입을 때마다 뱃살 가리는 것도 너무 귀찮다. 

 

그래서 또 다이어트...... 그 결과는…... 업데이트 못 해 드릴 수 있으니 너무 기다리지 말아 주세요. 오늘 방어회는 조금만 먹을 게요.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