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감사할 일로 가득 차 있다.
12/06/21  

매년 이맘때면 하얀 종이에 직접 쓴 펜글씨의 편지를 보내주는 선배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에 맞춰 편지가 도착했다. 정성스럽게 만든 타운뉴스를 잘 읽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당신의 정성이 나와 내 가족에게도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금일봉을 보냈다. 선배의 정성이 담긴 손편지에 큰 액수의 체크를 받아들고 어찌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그저 송구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며칠 뒤, 자주 만나는 목사님이 역시 타운뉴스를 읽으며 한 주일을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금일봉을 전해주었다. 어디 그뿐이랴 추수감사절 다음날 초등학교 동창생이 집에서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함께 나눠 먹고 싶다며 치즈케이크를 놓고 갔다. 한 조각 맛보고 너무 맛있어서 아껴 두고 조금씩 먹을 생각이었는데 그만 사흘 만에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정말 고맙고 고맙다.

 

이렇게 감사의 11월을 보내고 어느새 12월에 들어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를 다 보내고 마지막 한 달을 남겨 두었다. 올 2021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로 움쩍달싹 못하는 한 해였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닐 듯하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델타가 극성을 부리더니 이번에는 남아프리카에서 시작한 변이 바리어스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11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새 변이를 오미크론이라 명명하고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에 이어 5번째 우려 변이 바이러스로 지정했다. 오미크론은 이미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북미, 호주 등 5개 대륙에서 발견됐다. 내년 2022년도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일 것으로 예상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이 15개에서 20개 정도였다. 이 스파이크를 못이나 가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수가 더 많고 뾰족할수록 세포에 더 잘 달라붙는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그 가시가 무려 32개에 달한다. 델타보다 12개나 더 많은 만큼 오미크론은 더 잘 세포에 부착하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또한 시중에 나와 있는 코로나 백신은 15개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막을 수 있는 분량인데 오미크론은 그 배 이상 되는 까닭에 이면 항체가 쉽게 뚫릴 수도 있다. 이 말인 즉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빠른 속도의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 기존 백신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심각성을 강조하는 일부 학자들은 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전염속도가 5배나 빠르고 치사율도 8배나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아프리카 지역 6개국의 항공편을 일시 중단했고, 오스트리아는 모든 관광객의 입국을 아예 금지했다. 프랑스도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는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국경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국가들뿐만 아니라 일본도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한국도 입국 시 내외국인 구별하지 않고 모두 10일 격리를 의무사항으로 했다. 전문가들의 경고 메시지가 담긴 추측성 발언과 각국의 긴박한 조처들은 사람들의 근심을 부채질했고, 전 세계가 다시 패닉에 빠졌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폐쇄나 봉쇄가 아니라 더 광범위한 백신접종과 부스터샷, 바이러스 감염 여부 검사’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접종하면 봉쇄 조치가 필요 없음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아프리카 8개국으로부터 비시민권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고, 자국민의 이들 국가로의 여행을 금지하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바이든은 이 정도의 조처로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바이러스를 퇴치할 약이 개발된 것도 아니고, 새로운 백신이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수로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바이러스를 막는단 말인가. 따라서 바이든의 말처럼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기본 원칙을 지키는 방법 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손 씻기는 물론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인지우(杞人之憂)라는 말이 있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어떤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까?’하는 근심에 잠겨,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이 위중(危重)한 시국에 탈 없이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2021년 남은 날들을 무사히 잘 보내고, 2022년은 코로나를 이 땅에서 박멸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 아침도 감사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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