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한민국?
04/23/18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다. 1월 23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톤연맹 2015-2016시즌 월드컵에서 원윤종, 서영우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봅슬레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첫 금메달이다. 동계스포츠는 전통적으로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변변한 경기장조차 없는 봅슬레이 불모지에서 일궈 낸 쾌거라 선수들이 더 자랑스럽다.
 
 
그리고 사흘 뒤 열린 2016 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축구 대표팀이 홈팀 카타르를 3:1로 제압하면서 리우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올림픽 8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이어 들리는 승전보로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리고 있을 때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여러 지표들이 공개되어 더더욱 신명이 난다.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인간개발지수에서 한국이 17위에 올랐다. 프랑스나 벨기에, 일본에도 앞서고, 북유럽의 복지 국가 핀란드보다도 앞선다. 21세기에 이르러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세계 유일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가 정말 대단하다.
 
 
선진국을 정의하는 지표와 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UNDP가 선정한‘인간개발지수 높은 국가’이외에도 7개가 더 있다. OECD 고소득회원국, CIA 월드팩트북에서 분류한 선진 경제국, IMF에서 분류한 선진 경제국, EIU에서 평가한 삶의 질 상위 30개국, CGD가 평가한 선진국, NBC 선정 선진 30개국, 뉴스위크지 세계 최고의 국가 상위 30개국 등.
 
 
이 여덟 개의 지표에서 모두 선진국이라고 인정되는 나라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 가운데 22개국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유럽 국가들이다. 유럽 16개국, 북아메리카 미국과 캐나다, 오세아니아 호주와 뉴질랜드,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다.
 
 
이렇게 대단한 나라 대한민국에 살면서 사람들은 쉬지 않고 불평과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노인빈곤율, OECD 최고의 자살률과 이혼율,‘비정규직’,‘청년실업’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로 인해‘헬조선’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복지 정책이 부족하고 공정함이 결여된 탓이 아닌가 싶다. 대열에서 낙오되지만 않으면 어느 나라보다도 살기 좋은 나라지만 낙오되었을 때 문제가 따르는 것은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학생 전문 무담보 소액대출 업체인‘애딧페이’가 지난해 11월 대학생 2만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의 월평균 수입은 38만 원이고, 생활비는 39만 4,000원이었다. 한 달을 꼬박 일해도 먹고 살 돈을 충당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온라인 취업포털‘사람인’에서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0대의 80% 이상이 이민가기를 원한다.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를 일에 쫒기고 사는 것보다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했다. 즉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삶을 살기 위해 이민을 원하고 있었다.
 
 
처음 이민을 생각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32%의 답변자들이 20대 초반이라고 했다.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시기에 이민을 생각했다니 젊은이들이 한국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이민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나은 편이다. 이민을 꿈꾸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실 탈출의 꿈마저 팽개치고, 패배감에 사로잡힌 청년들은 하루를 근근이 연명하며 살고 있다. 최근 이민, 청년 자살 등을 소재로 다룬 베스트 셀러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암담한 상황의 한 단면이다.
 
 
경제대국, 스포츠 강국도 좋고 여러 지표에서 선진국 진입한 조국이 자랑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은 경제대국,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 국민들 모두가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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