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2022!
01/02/22  

일주일에 두 번 만나 함께 걷는 친구가 전화했다. 자신이 선교 목사로 시무(視務)하는 교회에서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눴던 신도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서 자기도 감염되었을 수 있어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혹시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수도 있어 격리생활에 돌입한다고 알려 주었다.

 

격리가 끝난 뒤에 친구와 만났다. 그리고 함께 걸었다. 그날 오후에 친구가 또 전화했다. 이번에는 자기 교회 담임 목사 가족들이 모두 확진되었다면서 혹시 몰라 또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또 걷는 날이 왔다. 친구는 전화로 아직 음성이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공원에서 걷기는 걷는데 따로 걷자면서 서로 아는 척하지 말자고 했다. 뭐 그럴 필요까지 있겠는가마는 그러자고 했다.

 

공원을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친구가 걸어오고 있었다.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얼른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다. 친구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그냥 지나치자’고 말했다. 내가 말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 가까이 있지 않으면 되니까 멀리 떨어져 앉아 내가 준비해 온 차나 마시자고 했다.

 

친구가 앉은 테이블과 큰 걸음으로 대여섯 걸음 이상 떨어진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절대로 바이러스가 날아올 정도가 아님이 분명했다. 그날 오후 늦게 전화가 왔다.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다른 때보다 결과가 늦게 나온 것은 아마도 연말이라 많은 근무자들이 휴가 중이라 일손이 딸려 좀 더 시간이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렇게 연말을 보내고 새해 새아침을 맞이했다. 예전 같으면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이 있고, 새해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레기도 했는데 새해를 맞이하면서도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움으로 가득 차있다. 간신히 긴 터널을 빠져나왔는데 또 다시 눈앞에 긴 터널이 나타나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교시절 평창동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북악터널을 걸어서 통과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몰라도 그때만 해도 터널 속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으로 가득 차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터널 천정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 속을 걸어서 통과하는 일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걷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으리라. 그날 터널을 빠져 나오며 다시는 터널 속을 걷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2022년을 시작하는 내 기분이 바로 터널을 빠져 나왔는데 다시 또 새로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매연으로 가득한 터널, 전혀 앞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도 독감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주의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는 듯하다. 부스터 샷까지 맞았는데도 감염될 수 있다니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독감과 달리 건강한 사람이 감염될 경우, 그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확진된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게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파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바이러스가 체내에 잠입해 있을 경우가 있다하니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친구가 염려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만에 하나 바이러스가 체내에 머무르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 닷새 정도 스스로 자가 격리를 했던 것이다.

 

친구와 만나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5미터 이상 떨어져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셔야 하는 코로나 펜데믹이 가져다 준 기묘한 광경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비누칠해서 손을 자주 씻고, 반드시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능한 한 사람들과 밀착하기보다 떨어져 이야기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증세가 보이면 바로 감염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독자 여러분들 덕분에 무사히 2021년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또 다시 2022년 새로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서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화이팅을 외친다. 화이팅!

 

2022년, 타운뉴스 독자 여러분 모두 복 짓는 해가 되기를 두손 모아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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