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
04/23/18  

지인들과 모여 저녁을 함께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도중 한 사람이 양로병원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며 다소 흥분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의 어머니는 2년 6개월을 양로병원에서 생활하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간호사로 일한 그는 어머니를 더 잘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환자 한 사람이 병원에 들어오면 메디칼, 메디케어등을 이용해서 상당히 많은 금액을 청구해 챙긴다.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또 환자가 병원 생활 도중 부상을 입거나 기타 등등의 질병으로 수술을 하거나 진료를 받게 될 경우에도 각종 비용을 청구해 이익을 남긴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후 양로병원 측에 사실 여부를 문의했더니 병원 측은 답변 대신 자신의 어머니 외에 다른 환자와 접촉하지 말라는 통보를 해왔다.

 

 

그는 양로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자신이 간호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형무소의 죄수들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양로병원은 악마의 소굴이라며 분노했다. 아버지도 양로병원에 있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양로병원의 이름을 물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말하는 병원이 바로 아버지가 생활하고 있는 병원이었다.

 

 

아버지를 뵙기 위해 병원을 찾을 때마다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간호사들과 종사자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양로병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인지라 그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익을 취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되물었다.

 

 

그러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정당하게 사용한 약품과 치료에 대해 청구하고 그를 통해 이윤을 남긴다면 이렇게 흥분할 이유가 없다. 하지도 않은 치료와 환자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약값을 청구해서 부당하게 이익을 보는 게 문제다. 심지어 환자에게 맞추어 새로 제작해서 제공해야 함에도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휠체어를 다시 쓰게 하거나, 틀니나 보청기, 안경 등을 구입하지도 않고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 너무 기가 막혀 모 일간신문사에 전화로 이런 사실을 알리고 취재해 보도해달라고 하니 돌아온 답변이 자기들의 관할 밖이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다.

 

 

함께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FBI에 신고해야 한다. FBI가 수사해서 비리가 발견되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관계 기관이나 보험회사들이 철저하게 검토하고 조사한 후에 양로병원에서 신청한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러므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근거로 돈을 청구할 리도 만무하거니와, 조금만 눈여겨보면 들통 날 일을 할 리가 없다. 오히려 환자 가족들을 대신해서 24시간 정성껏 돌보고 있는데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아버지가 생활하고 있는 양로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며칠 뒤 방광에서 돌을 빼내는 수술을 해야했다. 가든 그로브에 있는 한 병원으로 가야한다며 수술에 동의하는가 물었다. 당연히 동의했다. 얼마 후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일을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또 보호자 대신 병원까지 이동시켜주고, 자질구레한 일까지 도맡아서 해주니 어찌 고맙지 않은가.

 

 

아침 출근길에 아버지에게 들렸다. 아버지는 자고 있었다. 아버지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요강을 소리 죽여 가며 깨끗하게 닦아 놓았다. 오줌통을 건성으로 닦으면 통 안에 백태가 끼어 보기도 싫고 냄새도 난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화장실 문 여닫는 소리, 요강 행구는 소리가 컸나 보다. 눈을 뜬 아버지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왔냐?”

 

 

아버지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누가 가장 보고 싶은가 물으니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1, 2, 3 보고 싶은 순서대로 얘기하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모셔 오겠다고. 아버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후에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순위를 정하냐고.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아버지를 뒤로 하고 출근을 서둘렀다. 운전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양로병원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며 흥분하던 그 사람의 모습이었다. 섬뜩하다. 만일 그의 말들이 모두 다 사실이라면?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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