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위삼
04/23/18  

출장길에 시카고에서 만난 Wisam은 39살의 택시 기사이다. 그가 공항까지 가는 동안 들려준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극적인 그의 삶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라크에서 태어났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침공으로 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가족들과 함께 시리아로 탈출했다. 내전 중인 시리아도 살기 어려웠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그리스로 탈출하였다. 그리스에서 몇 년간 살다가 유럽 여러 나라를 전전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다 어렵게 미국으로 이주한 것이 일 년 전이라고 했다.

 

 

먼저 미국에 와있던 형제들과 어머니 덕이었다. 하지만 부모나 형제가 있다고 무조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 이주를 희망하는 이주 신청서를 제출하고 3년 동안 철저히 관리되고 교육된 후에 정착이 허락됐다. 태어난 조국 이라크는 자기에게 해 준 것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모든 재산을 빼았고 이웃나라 시리아로 도망치도록 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아버지는 사살되었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택시를 운전하면서 돈을 벌고 또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미국이 정말 자신의 조국이라고 그는 말했다.

 

공항에서 1시간 늦게 출발한다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TV를 보고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한 국가들이 1주일 내로 장기적인 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연 러시아와 미국의 협상에 의한 발표대로 휴전이 될까 의문이다. 워낙 많은 나라와 조직이나 단체들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군 측은 이란, 러시아, 이라크, 북한 등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반정부군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미국, 프랑스, 아랍연맹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모든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휴전을 결의했다고는 하나 실제 시행될지는 지켜 볼 일이다.

 

 

시리아 내전은 2대에 걸친 독재에 대항하는 반정부군과 정부군의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국내의 혼란을 틈타 IS가 자리를 잡으면서 반정부군은 정부군과 IS, 양측과 싸워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러시아는 IS를 격퇴시킨다는 구실로 반정부군 측에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 2011년 부터 현재까지 내전으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모두 237만여 명이며, 전쟁으로 난민이 된 사람은 636만 명에 달한다. 해외에서 새로운 거처를 찾아 헤매다니는 난민은 약 400만 명이 넘는다.

 

 

독일로 들어온 난민만 110만 명에 이르며 이들은 대부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난민이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난민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 각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국가들은 난민 쿼터를 설정해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2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터키 정부는 이제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시리아 내에 안전지대를 만들어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위삼이 생각났다. 10여 년을 이 나라 저나라 떠돌아 다니던 그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동포 가운데도 그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입북한 탈북자 수는 1,277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과 중국을 거쳐 동남아 일대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탈북자들의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한국 땅을 밟은 사람들에게는 한국 정부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정착 자금도 지원하고 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새터민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질적인 문화, 부족한 지원과 더불어 한국 국민들의 무관심과 편견도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로운 삶을 제공해 준 미국을 진정한 자기 조국이라고 말하는 위삼처럼 새터민들이 대한민국을 진정한 조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들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사회화 교육과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 국민들도 무관심과 편견이 아닌 관용과 사랑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위삼과 탈북민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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