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의 포성
04/23/18  

20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 인근에서 포성이 들렸다. 북한군이 해안포 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령도와 대청도 주민에게‘대피 준비령’이 내려졌다. 주민 대피령의 전 단계인‘주민 대피 준비령’은 대피소로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통보다. 조업 중이던 어선들도 귀항 지시에 따라 속속 포구로 돌아갔다. 인천과 서해 5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정상 운항됐지만 평소 항로보다 5마일 남하한 안전항로로 우회 운항했다.

 

 

1970년대 영국의 전략문제 연구소는 지구상에 두 개의 화약고가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중동 지역에서는 지금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멈추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IS 퇴치의 명분으로 전쟁에 참여한 터키와 러시아, 미국과 러시아, 시리아와 터키, 시리아 반군과 IS 등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서로 힘을 모으거나 반목하면서 방향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이다.

 


나머지 하나의 화약고는 바로 한반도이다. 한반도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지난달 4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하자 개성공단 폐쇄로 맞섰다.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그리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바로 그날 한국과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 훈련에는 미군 1만 5천여 명과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F22 스텔스 전투기‘랩터’4대 등이 참여해 양적, 질적으로 역대 최대의 규모를 과시하고 있다. F22가 한반도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인 201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 가운데 2대는 오산공 군기지에 잔류할 예정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를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 내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2011년부터 한반도 전역을 탐지할 수 있는 초대형 레이더를 설치,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들의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도 일고 있다. 이 레이더는 북한에서 가까운 헤이룽장성 솽야산시에서 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120도 탐지각에 탐지 범위가 최대 5천5백km라는 점을 감안하면 1천5백여km 거리 한반도 전역뿐만 아니라 일본, 태평양에 있는 미군 기지들이 모두 이 레이더의 감시권에 들어가있다. 지상 65km 위 전리층의 반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부 궤적만 볼 수 있는 사드 레이더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성능이다.

 


미국에서는 18일 지금까지 발의된 대북제재 법안 중 가장 강경한 대북 제재법이 발효됐다. 북한의 돈줄 차단을 위해 북한뿐만 아니라 북한과 직접 거래를 했거나 이를 도운 제3국의 개인과 단체까지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수입원인 광물 거래도 제한하며,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물을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도 독자적으로 북한의 돈줄 죄기에 나섰으며 유럽연합(EU)도 곧 제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도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사회가 북한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은 머지않아 지금보다 더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얼음 위를 걷는 형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으로는 안보 태세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밖으로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근이든 채찍이든 무엇을 주어도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북한을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의 좋은 이웃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북한 제재에 나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북한의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한반도 통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그곳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제재와 별도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결국 군비 확장에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 물품의 사용에 대한 투명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성이 멈추고 하루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더 나아가 통일의 문을 여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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