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드롬
04/23/18  

미국 대선 열기가 뜨겁다. 공화, 민주 모두 기존 정치권과 다른 성향의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다.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1순위 후보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 뒤를 Tea Party 출신 극우 성향의 초선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가 뒤쫓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자이며 정치혁명을 주창하는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리턴을 추격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경선에 나섰을 때, 막말을 일삼는 그가 후보로 선출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말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멕시코인들은 마약과 범죄를 미국에 들여오는 강간범들이다.”“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녀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다.”“이반카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와 데이트했을 것이다.”“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철저히 봉쇄하자.”“경찰을 죽인 자는 무조건 사형시키자.”“사우디와 한국은 미쳤다.”

 

 

하지만 그가 막말을 내뱉을수록 그의 지지율은 올라갔고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그리고‘설마’하고 그의 당선 가능성을 희박하게 예측했던 언론들도‘혹시’하며 그의 당선 가능성 쪽으로 조금씩 저울추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지난 23일 네바다주 코커스에서 압승을 거두며 3연승을 이어가자 트럼프에게 냉담했던 기존 정치인들도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수퍼 화요일을 목전에 두고 공화당 예비 경선의 최대 관심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이다. 경선 초기 17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다 4개주 경선을 거치며 군소후보들이 도중하차하고 이제는 다섯 명의 후보만 남았다. 그 누구도 트럼프를 꺾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8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며 서서히 대세를 굳혀 가는 중이다. 루비오와 크루즈가 각 17명, 존 케이식 6명, 벤 카슨 4명을 확보한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숫자이다. 만약 트럼프가 595명의 대의원이 결정되는 수퍼 화요일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더 이상 그의 대세론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치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가 곧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인기가 무엇에 기반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치인들의 책임과 공적 의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법을 바로 세우며 부정부패 없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국민들이 행복하고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운영에 있어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 가운데는 그들의 기본 임무를 망각한 채 당리당략만을 앞세우고 정쟁에 몰두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행복에는 소홀히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미국 정치에서도 공화, 민주 양당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반목과 대립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의 등장은 기존 정치 세력에 식상하고 불만을 품은 많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할 시점이다. 아무리 인기가 많은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혹시 그가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정책과 철학이 부족한 사람인지 아닌지. 인기와 분위기에 편승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전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비단 미국 사람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건전하고 보편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 현명하고 올바르게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1920년대 반유태주의와 강력한 독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아돌프 히틀러의 인기몰이를 독일 국민들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결과 군소정당에 지나지 않았던 나치가 정권을 잡게 되고 히틀러라는 독재자를 낳게 되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극단적인 발언으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트럼프의 대선 질주를 그러다 말겠지 하고 바라다보던 언론들도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나치의 부상은 그걸 묵인한 사회 때문이다. 그 사실은 우리에게 영원한 경고가 돼야 할 것”이라고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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