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인플레이션
02/14/22  

옆집이 집을 판다고 내놓았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집주인은 2년 전 펜데믹 초기에 사업을 접고 은퇴한 바 있다. 스리랑카 출신이다. 왜 팔려고 하는지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두 부부는 집을 팔고 은퇴생활을 즐기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인 듯했다. 고국을 떠나온 이민자들의 바람이 아닌가.

 

매매 희망가격을 알아보니 101만 5천 달러다. 1999년 24만1천 달러에 분양 되었던 집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4, 2.5화장실, 2대 가능한 차고, 건평 1900스퀘어피트가 조금 넘는 집이 어찌 100만 달러가 넘는단 말인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과연 거래가 쉽게 이루어져 집주인이 뜻하는 대로 진행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요즈음 물가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음식 값도 많이 오르지 않았는가. 우리들이 즐겨 찾는 설렁탕이 20년 전만 해도 한 그릇에 7~8달러면 즐길 수 있었으나 요즈음은 15~16달러는 줘야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인건비가 오르고 채소와 고기 값이 오르니 음식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업주들의 항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혈압까지 오른다. 이뿐이 아니다. 개스 값도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다. 1갤런에 4달러를 넘어서서 5달러대에 육박하고 있다. 20년 전에 1달러 50센트 정도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 10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5%를 기록했다. 이는 1982년 1월(8.3%)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이다. 특히 1월 에너지 가격은 1년 새 27% 폭등했다. 그 중 휘발유는 40% 뛰었다. 또 중고차(40.5%), 신차(12.2%), 육류·가금류·생선·계란(12.2%) 등이 큰 폭 상승했다. CPI 지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1년 전보다 4.4% 상승했다.

 

소득이 늘기는 했지만 물가를 따라잡을 정도는 아니다. 개인소득은 지난해 12월 1년 전보다 0.3% 늘어난 707억 달러였다. 세금·이자 등을 제외한, 개인이 실제로 처분 가능한 소득은 상승폭이 더 낮아 0.2% 증가하는데 그쳐 49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실질 소득은 되레 줄었음을 의미한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실질 임금을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어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또한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노동비용 상승에 따른 2차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 폭등과 실질소득 감소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그만큼 더 고달파졌다. 이러다보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4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연을 평가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권에서는 중간선거의 민심이 공화당으로 쏠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CBS방송이 지난 1월 중순 미국 성인 2,094명을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느낀 감정 중에서 '좌절'이란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5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실망(49%), 불안(40%) 등 부정적인 대답이 주류를 이뤘다. 만족, 안정 등 긍정적인 감정은 20%대에 그쳤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국민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 지난 10일 “소비자물가지수는 미국인들이 식탁 물가로 실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면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더 좋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인플레이션으로 높아진 미국 물가를 낮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는 징후도 있다."면서 "오늘 인플레이션 지표는 상승했지만,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대통령의 예상대로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2/11) 아침 뉴스는 옆집 주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듯싶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이자율이 3.69%로 올랐다. 이는 최근 2년 만에 최고 기록이며 주택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옆집이 팔릴 것인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출근하자마자 부동산 사이트 질로우닷컴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2월 2일 거래가 성사되어 매매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시장에 내놓은 지 보름 만에 팔린 셈이다. 마음먹은 대로 집을 팔고 고국으로 돌아가 노후생활을 즐길 이웃 친구의 행운을 빈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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