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승리
04/23/18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도 되는 양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대국 전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다. 6개월 전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판후이’를 5대0으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취재에 응한 이세돌도 다섯 판 중 한 판이라도 자신이 진다면 그건 알파고가 이긴 것이라며 승리를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이글을 쓰고 있는 현재 그는 두 판을 연속 내주었다.

 

 

총 5번 대국에서 3승을 하면 승리자가 된다. 우승 상금은 백만 달러이다. 대국료는 한 판에 3만 달러이고, 승리수당은 2만 달러이다. 따라서 이세돌이 다섯 번 모두 승리하면, 총 수입은 125만 달러가 된다. 반면에 모두 지면 대국료 15만 달러만 받게 된다. 각자에게 주어진 생각하는 시간은 두 시간이며, 두 시간이 지난 후에는 1분 내에 착점해야 한다. 이를 초읽기라고 하는데 도합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세 번째 초읽기를 넘기면 패한다.

 

 

알파고의 최초 개발자이자 설립자는 옥스포드대학 출신의 중국계 영국인으로 수학 천재이며 아마추어 바둑 고수다. 그는 가로, 세로 19줄의 총 361개의 착점을 갖고 있는 바둑의 알고리즘을 철저히 분석, 계산해 알파고를 탄생시켰다. 그 결과 알파고는 대국을 할 때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10의 170제곱만큼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최선을 수를 찾아 둔다. 바둑판 위의 돌이 많아질수록 경우의 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알파고는 종반으로 갈수록 최선의 수를 찾기 쉬워진다. 더구나 알파고에게는 감정이 없다. 상대의 심리전에 말려들 염려도 없는 것이다.

 

 

이제 컴퓨터는 바둑판 위의 361개의 착점을 계산해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인간은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머지않아 인간의 감성까지 학습해서 시와 소설을 쓰는 날이 올 것이다.

 

 

알파고의 성능은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에게 승리를 거뒀을 때 프로 2~5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알파고는 어떻게 5개월 만에 이세돌 9단을 꺾을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한 것일까? 그 답은 알파고의 학습 능력에 있다. 알파고는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며 이를 응용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알파고를 만든 사람들도 알파고가 승리할 가능성을 반반으로 점쳤다. 그러나 알파고는 만든 사람이 생각한 것보다도 더 빨리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 바둑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을 연달아 무릎 꿇렸으니 말이다.

 

 

200년 전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육체노동을 기계한테 넘기고 주로 지적 노동을 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제는 지적 영역마저 일부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리 생활의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인공지능은 판단, 추론, 탐색 등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자의식을 갖고 스스로 무엇을 하는 수준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손길이 먼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자아나 의욕, 부끄러움, 사랑 등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 할 줄 아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은 과연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게 해도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과학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왜냐하면 인간 이상의 인공지능이 탄생했을 때 이 인공지능을 인간이 과연 통제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태에서만 보면 스스로 학습한다는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확실히 한 단계 진화한 것이 분명하다. 이번 알파고의 승리는 이런 인공지능의 진화와 더불어 구글의 컴퓨팅 파워가 뒷받침돼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번 대국을 굳이 인간 대 컴퓨터의 대결구도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다. 그러므로 누가 이기든 결국 인간의 승리이다. 그저 구글이 벌인 국제적인 이벤트를 즐기며 향후 펼쳐질 인공지능의 순기능을 상상하면 된다. 이세돌 9단의 양 어깨에 인류의 미래가 달린 것인 양 호들갑을 떨수록 이번 대국을 제안한 구글의 수준 높은 마케팅 전술에 빠져드는 셈이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의 승자는 구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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