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교훈
02/28/22  

2022년 2월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반군 세력들이 독립을 선포했다. 하나도 아니고 2개의 독립국가(도네트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가 탄생(?)했다. 유엔과 우크라이나,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즉각 승인하고 그 지역 평화 유지를 위해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한다면서 전투 병력을 투입했다.

 

러시아군은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의 83개 軍시설과 공항 등을 파괴했고, 체르노빌을 점령했으며, 수도 키예프의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월 25일 현재 우크라이나인 137명이 사망하고 3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계엄령을 선포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러시아를 제어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만 거부하면 그만이다. 러시아가 바로 상임이사국이다. 유엔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돈바스 지역에서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친러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대치 상태에서 싸움을 계속해 왔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 또는 러시아와의 합병을 주창해왔다. 언젠가 터질 것이 터진 셈이다. 지금 현 상황을 우크라이나 내란이나 러시아의 침략으로 단순히 넘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농사짓기 좋은 흑토 지대로 전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비옥한 곳이다.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농작물로 소련 전체가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산량도 어마어마했다. 스탈린은 우크라이나 곡창지대를 효율성 극대화라는 명목을 내걸고 집단 농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농부들이 열심히 일해 많은 수확을 해도 모두 국가가 소유한다. 생산된 농작물은 바로 국가가 수탈한 후 먹고 살만큼만 나눠 준다. 그러니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30년대 우크라이나에 사망자가 300만 명에 달하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극심한 곳에서는 분당 17명, 하루에만 2만5천 명씩 사망했다. 이런 와중에도 스탈린은 행복한 집단 농장의 모습으로 조작된 선전 영상과 신문 기사들을 내 보냈다. 공산 정권은 기근 소식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고 언론을 조작해서 주변국의 원조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1950년대에 들어서서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공산당 서기장이 된 흐루시초프가 고향(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땅이었던 드네프르강 동쪽과 크림반도를 떼어 주었다. 우크라이나인들과 러시아인들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소련이라는 한 연방국가 내에서 행정구역만 바뀌었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소련이 붕괴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소련 붕괴와 함께 각 공화국들이 독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이고 러시아 사람 대다수가 살던 지역이 우크라이나 땅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 지역은 소련 내에서도 공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독립할 때 당연히 그 지역 반환을 요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무너지는 상황에서 신경 쓸 여유가 없었으리라.

 

한편 구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하면서 우크라이나는 핵을 보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러시아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도 핵 관리 소홀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걱정하여 핵을 모두 러시아에 넘기기를 원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가 얻은 것은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양해 각서'였다. 이 각서는 구소련이 우크라이나에 남긴 약 1800개의 핵탄두를 러시아로 넘기는 대신 미국과 영국, 러시아 3국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식 조약이나 협정이 아닌 각서는 국제법적 준수 의무가 약하다. 게다가 각서 내용 자체도 '우크라이나 독립과 주권, 국경선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자제한다' 등으로 표현 수위가 아주 낮다. 이 뿐만 아니라 '각서 내용을 다시 협의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 두었다.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라고 인정하는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가 거리낌 없이 자국 군대를 파병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가 간에 중요한 합의를 했다 해도 힘의 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나 나토가 적극 개입하지 않는 한 무력을 앞세운 러시아 앞에 사실상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푸틴이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과거부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한몸이었고, 오늘날의 러시아는 사실상 구소련이 만든 나라'라고 외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약소국의 비애라고 남의 일 보듯이 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 등 4강에 둘러 싸여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3월 9일 치러지는 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고 외세에 흔들림 없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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