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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체중 관리
03/07/22  

친구 둘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셋이 모인 것은 꽤 오랜 만이다. 친구들은 살이 쏙 빠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배가 불룩 나오고 얼굴도 제법 통통했었는데, 배는 홀쭉해졌고 얼굴도 갸름해 보일 정도였다. 한 친구에게 ‘보기 좋다’면서 ‘살을 얼마나 뺐는가’ 물으니 20파운드쯤 감량했다면서 전문가의 지도하에 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술을 1월 18일부터 끊었노라고 했다. 히말라야에서도 매일 저녁 술을 마셨던 친구다. 고산증으로 힘들어 하며 누워있는 사람 옆에서도, 산소호흡기 끼고 있는 사람 곁에서도 그는 술을 마셨다. 그러던 그가 술을 끊었다니 건강을 위해 큰 결심을 한 것이 분명했다.

 

친구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주말이면 축구모임에서 공을 차고 주중에는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걷는다고 했다. 뱃살만 빠졌으면 좋겠는데 얼굴 살까지 같이 빠져 얼굴에 주름이 많아져서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본다고 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살을 빼기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다른 친구는 아침에 걷는 것만으로 30파운드 이상 살을 뺐다. 그래도 아직도 체중이 190파운드 정도 된다며 조금 더 빼고 싶다고 말했다. 나만 체중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후에는 C장로의 사무실을 찾았다. 일 년 만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편파적이지 않은 세계관과 박학다식함에다 상대를 존중해주는 겸손까지 갖춘 분이다. 거기다 타운뉴스 칼럼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까지 서슴지 않는 타운뉴스 애독자 중에 한 사람이다.

 

C장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1년 3개월 전에 부인이 세상을 먼저 떠나 삶의 의욕이 저하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석 달 전쯤에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요즈음 그 강아지를 돌보는 재미에 살고 있다며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부인과 사별했어도 C장로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기억하기로 그는 예나 지금이나 배가 나온 적이 없다. 수십 년을 한결같이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으니 특별한 것은 없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이라고 했다.

 

비만이 ‘건강의 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비만은 단순히 비만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암,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증명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쓴다. 그런데 우리를 비만의 늪으로 빠뜨리는 요인들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언제나 식욕이 솟구치게 해 다이어트 의지를 꺾어버리고야 마는 음식들, 걷고 뛰는 것보다 더 순간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푹신한 소파와 TV, 휴대폰.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우리를 살찌게 한다.

 

지난해 3월 대한비만학회는 코로나19 유행이 국민 건강 상태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몸무게와 생활습관 변화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반수에 가까운 46%가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3㎏ 이상 몸무게가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상 활동 제한과 운동량 감소 그리고 식사 패턴 변화를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체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만에 대한 이해도 및 인식이 매우 낮았다. 전체 응답자 중 54%는 비만의 기준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비만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특히 비만을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9%에 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만이 질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6,916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분석한 결과, 비만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켰다. 특히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해 고도비만 환자일수록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로나19로 비만이 증가하고, 비만일수록 사망위험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만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초래하는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6개 회원국들이 2050년까지 비만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3.3%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 오늘 만난 친구들과 C장로처럼 체중 감량 혹은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필자도 10파운드 감량을 목표로 삼아 꾸준히 걸을 생각이다.

 

참고로 비만 여부는 주로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2)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를 통해 측정한다. 세계보건기구는 BMI가 25kg/m2를 초과하면 과체중, 35kg/m2를 초과하면 비만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신장 170cm, 체중 70 kg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24.2(70÷1.72)로 정상 체중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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