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갈채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 보고 싶다
03/14/22  

한국 대통령선거 다음 날 아침, 단톡방에서 한 친구가 물었다. 누가 당선되었냐고. 그러자 한 친구가 대답했다. 이재명이라고. 잠들기 전 '이재명 후보가 득표수에서 앞선다고 했는데 그대로 굳혀서 이 후보가 당선되었구나' 생각하면서 SNS에 들어가 보니 윤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보도가 뜨고 있었다. 친구도 이재명 후보가 앞설 때 보고는 다시 자고 일어나 정확한 보도를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득표율 0.73% 포인트 앞서서 승리했다. 윤 당선인은 1,639만4,815표(48.56%), 이재명 후보는 1,614만7,738표(47.83%)를 얻었다. 차이는 24만 7,077표. 역대 최소 표차이다. 이전 최소 표차는 지난 1997년 12월에 실시된 15대 대선에서 작성됐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39만 557표(1.53% 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선거 역시 지역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호남권에서 이 후보가 249만4,924표 앞섰고, 인천, 경기에서도 꽤 앞섰고 제주에서도 조금 앞섰다. 그러나 강원, 충청권, 서울, 영남권에서 윤 당선인이 앞서는 바람에 이재명 후보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 대선 결과를 놓고 국민의 절반은 정권교체를 이뤘다고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고, 나머지 절반은 대한민국이 퇴보했다고 땅을 치고 있다. 한국정치사를 견주어 볼 때 바로 이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염려가 되는 부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윤 당선인이 취임한 뒤에 문 대통령의 법적 위반에 대한 재판을 통해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지금 계류 중인 이재명 후보에 대한 재판 역시 계속해서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친구는 그렇게 하면 결국 또 세상은 계속 갈라질 것이라며 통합을 위해서는 그대로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선거 기간 죽기 살기 식으로 물어뜯고 할퀴며 싸웠던 세력들과 어떻게 협력해서 정치를 이끌어 갈 것인가. 상생과 협치를 한답시고 무조건 덮고 가야 할 것인가? 범법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조처를 취하지 않고 가도 무방한가? 여기에 지혜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만족할만한 방법은 없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것을 찾아야 하리라. 윤 당선인이 바로 이 답을 찾아야 한다. 윤 당선인은 임기 5년의 국정수행에 앞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촛불 시위와 전직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초토화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된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북한 정책과 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이나 학자들의 생각을 듣지도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밀어붙였다. 게다다 부동산 정책도 실패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정운영의 목표로 제시했던 ‘공정과 통합’은 내로남불, 편가르기에 머무르고 말았다. 문대통령의 임기 말 4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 분열의 결과였다. 문 대통령은 이 40%의 지지만 믿고 소통을 게을리 하고 폐쇄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며 이에 대한 심판이 이번 선거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나마 얻은 것도 이재명 후보가 얻어낸 결과이지 문재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오히려 점수를 잃게 하는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염려가 될 정도였다.

 

5년 전, 취임 직후 문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해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과 사회개혁, 그리고 정권 재창출을 성공한 정부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정치권의 분열’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을 집권 내내 ‘전 국민의 극단적인 대결’로 만들어 버렸다. 또, 개혁 대상으로 삼았던 검찰의 수뇌, 그것도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윤 당선인은 "공직자가 권력에 굴복하면 정의가 죽고 힘없는 국민은 더욱 위태로워진다"며 "26년간 공정과 정의를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저의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다. 일상에서 정의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며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저 윤석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윤석열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온 국민이 둘로 나뉘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윤 당선자가 자신을 지지해준 절반의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정을 수행한다면 전임 대통령들과 유사한 퇴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5년 후 퇴임시기에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서게 될지는 당선 일성으로 외친 말들을 바르게 실천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전임 대통령들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으리라 믿는다. 온 국민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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