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광란
04/23/18  

요즈음 퇴근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간다. 미국 대학 농구 64강에 오른 팀끼리 경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실력차가 크지 않은 탓에 하위 팀이 상위팀을 이기는 경우가 많다.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우승팀으로 캔자스 대학을 지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예측은 대부분 빗나갔다. 이처럼 예측하기 힘든 경기, 예상을 뒤엎는 경기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3월의 광란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지난 금요일, 네 방송국에서 동시에 각각 다른 팀들의 경기를 중계했다. 특별한 연고가 없는 팀들의 경기다 보니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며 본다. 누가 이겨도 상관도 없다. 가끔 마음속으로 끌리는 팀이 있을 때도 있다.

 

 

미시간과 노트르담 경기, 근소한 점수차로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노트르담이 73:70 승리했다. 채널을 돌린다. 노던 아이오와와 텍사스 경기에서 텍사스가 2점 슛을 넣으면서 72:72 동점이 되었다. 남은 시간은 2.1초 노던 아이오와 선수가 하프라인 앞에서 림을 향해 공을 던졌다. 3점 슛이 들어가면서 노즈 아이오와의 승리가 결정되었다.

 

 

또 돌린다. 현재 스코어 신시네티 76, 세인트 조셉 78이다. 신시내티 선수가 점프슛을 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렸다. 골인되었다. 부저가 울리기 전에 공이 선수의 손을 떠나 있었으면 된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에 의해 노골이 선언 되었다. 연장전으로 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실력차가 거의 없다 보니 그날 선수들의 컨디션이 중요하며 운이나 일진에 의해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한편 고국에서도 3월의 광란이 벌어지고 있다. 4월 13일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쇼이다. 지역구 조정을 한답시고 올해 초부터 소란하더니 50일 남겨 놓고 2월 23일 선거구가 확정되었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3월 들어서서는 각 당에서 후보자 공천 때문에 계파간의 싸움이 치열하다.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무소속 출마를 하거나 당적을 바꿔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대학 농구판 보다 더 치열하다.

 

 

장관, 국회의원을 하면서 장래가 촉망되던 사람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간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렸다. 그러나 대통령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비서실장을 지냈다.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는 계속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번 보궐 선거에서 공들이던 경기도의 한 지역구에서 밀려나 엉뚱한 곳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더니 이번에는 공천도 받지 못했다. 결국 무소속으로 나갈 모양이다.

 

 

몇 달 전에 이곳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했던 검사장 출신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지역구가 합쳐지면서 현역의원인 친구와 싸우게 되었다며 울상이었다. 그러다 공천을 받았으나 제 3의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려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느 여당 중진의원은 공천을 못 받자 탈당하여 야당에 입당하면서 선거 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도 있다. 또 야당에서 공천을 못 받은 중진의원은 여당으로 가서 한 자리 차지한 모양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서로 칼날을 세워가며 싸우던 적군이 아군이 되고, 지금까지 몸담고 있던 당을 공격하는데 앞장선다.

 

 

본래 정당이라는 것이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법인데 계파간의 이해득실이 우선이다. 같은 당 안에 비주류, 주류가 있고 친박, 비박, 진박 등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이익만을 생각한다. 말로는 당을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초등학교 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정당의 대표이며 국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인지 의문이다. 룰도 없고 선후배도 없고 칼자루 쥔 사람들이 오직 자기편 내편을 가르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에 저항하고 싸운다. 이게 정치판인지 아니면 시정잡배들의 싸움판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지금 듀크와 오레곤의 경기가 끝났다. 승자와 패자가 가려졌다. 전통의 대학 농구팀 듀크가 무릎을 꿇었다. 미 국가 대표팀 감독이기도 한 듀크 감독은 승리한 오레곤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하고 상대팀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넨다. 승리한 오레곤 선수들과 응원단의 환호가 경기장을 뒤덮는다. 3월의 광란은 이번 주말에 챔피언이 결정되면서 막을 내릴 것이다.

 

 

한국 정치판도 진흙탕 속 싸움 그만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4월 13일, 당선자가 결정된 뒤 승자가 패자를 격려하고 패자는 승자에게 박수를 쳐주는 멋진 무대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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