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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페이퍼스
04/23/18  

세계 각국의 지도자급 인사 72명을 포함해 전 세계 유명인들이 대거 연류된 역외 탈세 의혹을 담은‘파나마 페이퍼스’가 폭로되면서 전 세계가 소용돌이 치고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오른 전·현직 국가 정상은 12명이다. 그 중 한 사람인 아이슬란드 총리‘시 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이 지난 5일 사임했다. 그 전날 만여 명의 군중들이 의사당 앞에서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전체 국민수가 33만 명에 불과한 나라에서 만여 명의 시위대는 대단한 규모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 부부는 2007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윈트리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그러나 귄뢰이그손 총리는 2009년 4월 의원에 당선될 때 윈트리스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2013년 총리로 취임할 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작고한 부친이 역외펀드 재산을 소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리를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물자 결국 총리에 오르기 직전이 역외펀드의 주식을 처분했다고 실토했다.

 

 

캐머런 총리는 자신과 부인이 공동계좌로 부친 이언 캐머런이 조세회피처 바하마에 설립한 투자펀드‘블레어모어 홀딩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1월 이를 약 3만파운드(약 5천만원)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2010년 5월 총선 승리로 총리에 취임하기 넉 달 전이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대한 수사 승인을 법원에 요청했다. 그는 부패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작년 대통령으로 취임했지만,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등장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게 됐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곤살로 데라베아우 스웨트 칠레 지부장도‘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오름으로써 기구의 신뢰도에 손상을 끼쳤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구인 측근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롤두긴의 이름이 무려 2억달러라는 거액과 함께 거론되고 있으나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길들이려는 서방의 선전전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도 심각하다. 중국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지속적으로 천명해온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중국 전·현직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8명의 친인척이‘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빗겨가지는 않았다‘. Korea’로 검색되는 1만 5,000여 건의 파일 속에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을 찾아냈으며, 아울러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을 확인했다. 젊은 사람이 많은 돈을 벌었을 수는 없고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가 축적한 재산의 일부를 빼돌리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 시진핑의 친인척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주장해온 부패 척결의 정당성은 큰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영국 총리 케머린은 본인이 그 당사자이니 더 더욱 곤란할 것임에 틀림없고 러시아의 푸틴은 절친한 친구를 오히려 두둔하며 서방이 자신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한 계략이라며 맞서고 있다.

 

 

부패와 탈세 의혹을 떨칠 수 없다. 많은 나라의 고위 공직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재산을 모았는지 의문이며 부패 정치인들이 훔친 재산을 자국 국민들의 눈을 피해 빼돌릴 때 민주주의 지배와 지역 안정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산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재물을 더 얻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를 위해 합법적인 방법만으로는 곤란하다. 이에 합법을 위장한 부당한 방법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재산 도피, 조세 회피의 방법으로 과거에 많이 이용하던 스위스 은행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은행들이 비밀을 보장해주지 않게 법적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등장한 것이 페이퍼 컴퍼니이다. 서류상으로 가상의 회사를 설립해서 이에 투자하는 형식을 갖춰 돈을 빼돌리는 것이다.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에 세계는 경악하고 실망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의 축재는 이들 정치인들의 투명성을 파괴해버렸다. 한 가지 위안을 삼자면 미국에 주소를 둔 사람들이 3,500명이나 됨에도 그 속에 정치인들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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