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선택
04/11/22  

얼마 전 베트남의 한 학생이 자신을 감시하는 아버지 앞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버지는 새벽 3시 34분 아이를 깨워 왜 여태 숙제를 하지 않았냐며 지금 당장 하라고 했다. 아들이 책상 앞에 가만히 서 있자, 아버지는 계속 잔소리했다.
아들은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아들은 "아빠, 내 노트를 봐"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노트에 적힌 글을 읽는 동안 아들은 베란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의자에 올라가 난간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아버지에게 읽어보라고 한 글은 아들의 유서였다. 아버지가 깜짝 놀라 베란다로 달려갔지만, 아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의 집은 28층이었다.
 
아들의 유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나의 행동과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죄송하다. 정말이지 인생은 너무 힘들다. 화가 나서 한 생각은 아니다.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엄마는 매우 자상하지만 늘 내게 과잉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내 의견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빠는 다혈질이다. 내게 관심도 없으면서 이해를 바라는 사람이다. 화려한 건 없지만 이게 내 마지막 발언일 거다. 안녕. 인생은 농담과 같다."
 
이 내용은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SNS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당 영상도 아들이 공부하고 있는가를 감시하기 위해 아버지가 설치한 감시카메라에 찍힌 것으로 밝혀졌다.
나의 어릴 적이 떠오른다. 워낙 장난꾸러기에 말썽꾸러기다 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잔소리와 회초리로 나의 어린 시절은 꾸며졌다. 잔소리와 회초리가 등장하지 않는 날은 거의 없었다. 또, 어머니는 새벽 4시에 깨워 공부를 시켰다. 그리고 옆에 지키고 앉아 계셨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일류 중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며 어려운 형편에 과외공부까지 시켰다. 그러나 학업에 큰 뜻이 없었던 나는 옆에 어머니가 지키고 있는데도 공부는 하지 않고 만화 그림을 그리거나 딴짓을 했다. 정확하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중학교 진학해서 어머니의 회초리에서는 벗어났으나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매는 여전했다. 처음 받은 성적표에서 학급 석차가 최하위권이라는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더 가혹하게 회초리를 들었고, 결국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또 다시 과외를 시작해야만 했다. 중1부터 시작한 과외는 중3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큰 효과가 없었다. 중3이 되자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세운 것이다. 그러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잔소리나 회초리 속에 담긴 부모님의 정성과 따뜻한 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잔소리는 잔소리고, 회초리는 회초리이다. 아무리 무궁무진한 사랑이 담겨있다고 해도. 내가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의 내게는 그 누구도 잔소리 할 필요도 회초리를 들 이유도 없어졌다. 이것은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는가. 아침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점심은, 저녁은, 하루 세 끼 먹는 것부터 선택 아닌가? 오늘은 프리웨이를 타고 갈 것인가. 아니면 로컬로 갈 것인가로 고민할 때도 있을 것이고, 자녀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도 선택해야 할 중요한 선택 중의 하나이다. 명확한 답은 없다. 우리 인생에 정답이 있을 턱이 없지 않은가. 인생은 우리가 선택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내 목표와 의지 그리고 실천 등에 의해서 정답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부담은 인생살이에는 연습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삶 그 자체가 실전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의해 나의 답안 작성이 이루어지며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다.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들 모두는 선택의 순간에 서있다. 선택의 순간마다 내가 내린 선택이 나와 내 가족, 내 이웃,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생각하며 답을 찾는다면 분명히 정답을 찾게 될 것이다.
 
베트남의 아버지는 아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아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선택을 했으니 모두 정답을 비껴간 것이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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