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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소동
04/18/22  

오는 18일부터 우리나라도 2년 1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다고 한다. 그리고 감염병 등급도 최고 단계인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이르면 다음 달 23일부터는 확진이 되어도 격리되지 않고 감기처럼 별다른 제약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확진자수가 최고치를 찍었을 때보다는 확실히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 10만 명 이상 나오고 있어서 여러 가지 우려들이 잇따른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를 감기 같은 풍토병으로 받아들이는 준비를 밟아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우리 집에서는 두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1호는 3월에 나왔고 우리 딸이었다. 바로 전날까지도 멀쩡히 학교, 태권도, 수영까지 다녀와서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너무 덥다며 내 방 문을 두드렸다. 이마를 짚어보니 심상치 않았다. 얼른 체온계를 찾아 열을 재니 39도, 해열제를 먹이고 집에 있는 코로나 자가 키트를 꺼내 검사하니 결과는 음성이었다. 자가 키트 결과만 믿을 수 없기에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인근 병원에 데려가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다. 병원 간호사가 밖으로 데려가 결과를 알렸다. "어머니는 음성이신데 아이는 양성이네요. 빨리 PCR 검사를 받아보세요." 그래서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데리고 길 건너 보건소에 가서 한 시간 이상 줄을 서고 PCR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와 아이를 방으로 격리시켰다. 
 
PCR 결과는 양성이었고 딸은 열흘간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 정부에서 지정한 격리 기간은 7일이었지만 다른 식구들과의 감염 찬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딸에게 며칠 더 방에 있어줄 것을 부탁했다. 열흘간 꼼짝없이 방에서 버텨야 하는 딸도 딸이지만 나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딸의 삼시 세끼와 약, 음료, 간식 등을 챙기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격리 열흘째 되는 날, 나는 방역복 수준으로 온몸을 커버하고 확진자의 방에 들어가 소독을 실시했다. 그 후에도 며칠은 방에서 나올 때 마스크를 쓰게 했고 밥도 따로 먹게 했다. 가족 코로나 감염 릴레이만은 절대적으로 막고 싶었기 때문에 당장 귀찮고 번거로워도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고 딸은 점차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딸이 격리 해제된 지 2주가 지났을 무렵 아침에 셋째가 울면서 일어났다.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열이 나고 있다는 것을. 마침 일요일이어서 이번에는 남편이 자가 키트로 검사를 실시했는데 바로 선명한 두줄이 보였다. 수없이 여러 번 자가 키트 검사를 실시했지만 두줄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로 가서 또 한 시간 줄을 서고 PCR 검사를 실시했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바로 방으로 격리되었다. 이번에는 정확히 7일간의 격리 기간을 지켰다. 역시 아들의 삼시 세끼와 약은 내 담당이었다. 셋째는 딸과 달리 먹고 싶은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특정 브랜드의 보쌈, 짜파게티, 대게, 게장, 삼겹살, 특정 브랜드 아이스크림 등등 먹고 싶은 것을 요청했고 원하는 대로 바로바로 방문 앞에 대령했다. 
 
확진자 2호가 격리 해제되고 일주일이 되어간다. 아직 집에서 추가 확진자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 우리 집 확진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감염된 것인지 알 도리가 없고 확진 직전까지 한집에서 함께 생활한 다른 세 명은 왜 감염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버티는 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고 있는 모양새랄까...... 확진된 아이들은 격리 직전까지 나와 마스크 없이 마주 보고 입을 맞추고 손을 잡고 뺨을 비볐다. 열이 펄펄 난다며 엄마를 찾아왔을 때 마스크 쓸 정신도 없이 아이의 이마를 짚었고 병원에 가는 길에도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확진자 배식, 해제 후 방 청소와 소독, 빨래도 모두 내 담당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내 주위에서 많은 확진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느 월요일 저녁, 동네 호프집에서 같이 맥주를 마시고 국물 떡볶이를 퍼먹던 친구가 수요일부터 컨디션이 안 좋더니 목요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토요일 한 차 타고 쇼핑 갔다가 점심 먹고 커피까지 먹은 친구가 월요일 확진이 되기도 했다. 
 
이쯤 되니 친구들은 내가 이미 무증상으로 코로나를 겪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나처럼 PCR 검사를 열심히 한 사람이 또 있을까? 최근 들어 자가 키트나 병원 신속항원 검사 등이 나오기 전에도 나는 주변에 밀접 접촉자가 나올 때마다 검사를 실시했다. 학교, 학원, 남편 직장 등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나와 직접적인 접촉이 일절 없었지만 식구들이 검사를 받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같이 검사를 받았다. 나 역시 마음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나 모르게 왔다 간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가 조금 있긴 하지만 검사를 하도 많이 받아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제는 코로나 확진이 되어도 격리할 필요도 없을 거라 하니 왠지 뒤늦게 코로나에 감염되면 뭔가 찬밥 신세겠구나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든다. 어찌어찌 날아드는 총알을 피해 지금까지 버텼는데 억울하게 최후의 한 발을 피하지 못하는 일만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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