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아도 괜찮아
04/25/22  

매일 아침, 잠에서 깬 아이들은 새끼 참새들처럼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짹짹거리며 저마다 어젯밤 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듣다 보면 대부분 특별할 것도 없는 시시콜콜한 꿈들인데 엄청 흥분해서 재잘재잘... 급기야 서로 먼저 말하겠다고 싸우는 일도 다반사다. 매일같이 꿈을 꾸는 아이들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마지막으로 꿈을 꾼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꿈에라도 보고 싶은 이가 있어서 그토록 원하고 또 바라지만 이상하게도 꿈을 잘 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 나도 우리 아이들처럼 꿈을 많이 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내 꿈 이야기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했었고 이는 아주 어렸을 때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도 계속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잠에서 깨고 나면 너무 금방 꾸었던 꿈을 잊어버려 한동안 침대에 공책과 펜을 두고 잔 적이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얼른 내가 꾼 꿈을 적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계속되다가 곧 시큰둥해졌는데 그때 그 꿈노트에는 어떤 이야기가 적혀 있을지 궁금해진다.  
 
잘 때도 꿈을 잘 꾸지 않지만 가끔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이제 마흔이 넘은 나에게 꿈을 묻는 이가 그리 많진 않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그런 질문과 맞닥뜨리면 동공 지진과 함께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색깔을 물을 때처럼 아무거나 대충 둘러댈 수도 없다. 꿈이라면 뭔가 그럴듯해야만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꿈은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너무나 거대한 의미로 각인되어왔다. 꿈은 마치 장래희망이나 직업으로 동일시되어 뭔가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더 훌륭한 것처럼 평가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함부로 꿈을 꿀 수 없게 되어버렸고 도통 내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거나 꿈을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래도 뭔가를 말해야 한다면 그저 두리뭉실하게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정도로 얼버무리는 것 같다. 
 
나처럼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이 매일 매 순간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으니 너무 쉽게 상실감을 느끼고 극단적으로 "아, 나는 불행하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매일같이 완벽한 행복이 아니면 불행한 것일까? 모든 꿈들이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해야만 꿈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어쩌면 꿈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잠든 밤 매일같이 그것도 여러 개씩 찾아오는 그 꿈처럼 시시콜콜하고 말도 안 되고 엉뚱한 것들이 꿈이 되어도 괜찮을 것이다. 
 
꿈이란 무엇인가? 희망, 기대, 바람 정도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그래야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찾아올 좌절이나 절망의 쓰라림도 훨씬 작게 느껴질 것이다. 꿈을 고작 희망사항 정도로 취급해도 괜찮다면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꿈을 꾼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바람, 가족들과 봄나들이를 가고 싶은 희망, 곧 떠날 친구들과의 여행에 대한 기대... 끊임없이 꿈꾸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꿈이란 것은 그렇게 원대할 필요도 없고 무슨 이유에서든 지금 없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꿈이 없다고 하면 마치 실패한 인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하며 누구나 꼭 꿈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강박이고 억지가 아닐까 싶다. 
 
꿈이란 너무 예쁘고 설레는 단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 부담스럽고 불편한 단어일지 모른다. 꿈꾸지 않으면 어떠랴... 꿈을 꾸지 않아도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 편안하다면 이대로 괜찮은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꿈이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관대해지고 편안해져도 좋을 것 같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