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체험 중
05/02/22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지 꼬박 10년이 되어간다. 미국에서 한국 엄마들을 대상으로 유아용품을 판매했었는데 온라인 판매이다 보니 다양한 마케팅이 필요했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블로그였다. 그때는 다른 SNS 광고가 활발하지 않을 때라 블로그 마케팅이 단연 최고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블로그 마케팅 비중이 꽤 크게 자리하고 있다. 
 
사업의 도구로 시작한 블로그였지만 소통하는 블로그 이웃들이 늘어나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올리기도 하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한국에 오면서 사업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한동안 찾지 않았던 블로그 공간에 리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식당, 호텔, 병원, 좋은 제품 등등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후기를 올렸는데 그럭저럭 반응이 괜찮았다. 
 
그러다가 올 1월, 어차피 올리는 리뷰 게시글인데 차라리 협찬을 받아보자 싶어서 업체와 블로거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체험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정이 잘 되지 않았다. 이 바닥도 나름 경력자를 우대하는지 새롭게 신청하는 블로거에게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두 개 운 좋게 선정이 되면 뛸 듯이 기뻐하며 '오늘은 내가 이 업소의 마케터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열심히 촬영하고 리뷰했다. 추후 업체 관계자가 내 후기를 봤을 때 뿌듯한 마음이 들게 해주고 싶었다. 나의 글이 꽤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었다. 원래도 사진 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아무런 대가 없이도 리뷰를 작성해왔으니 무료 협찬과 약간의 보수까지 생기는 블로거 체험은 내 적성에도 잘 맞고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한 달이 지나자 리뷰 블로거로서 제법 인정을 받기 시작했는지 체험 신청을 하면 곧잘 선정이 되었다. 식당, 미용실, 스킨케어, 뷰티숍, 헬스클럽, 태닝숍, 골프 연습장, 건강식품, 식품, 반찬, 음료수, 술, 건강보조제, 캠핑용품, 반려동물 용품부터 CCTV 설치, 자동차 선팅, 아이들 온라인 수업과 미술 방문 수업, 심리 상담, 다이어트 관리 등등 제공되는 서비스와 제품도 상상을 초월했다. 덕분에 주 1회 스킨케어나 마사지 관리를 받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고 나를 비롯해 내 주변 사람들도 미용실, 뷰티숍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다양한 플랫폼에 체험 신청을 했더니 많이 선정될 때는 하루에도 서너 개씩 체험을 해야만 마감일 전까지 리뷰 작성을 마칠 수 있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약 150개의 체험과 후기를 작성하였으니 월 50개씩 한 셈이고 금액으로 따지니 대략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이 "엄마, 오늘은 무슨 체험 가?"하고 물을 정도로 거의 풀타임 수준으로 체험을 하고 후기를 썼다. 하지만 체험이 지나치게 늘어나니 슬슬 일상의 스케줄도 꼬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방해가 되고 있어서 조정을 잘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생활비와 외식비가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일부 체험의 경우 이에 따른 교통비나 추가 경비도 발생했으니 정확한 득과 실은 조금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다양한 체험에 대한 매력은 여전하다. 내 돈으로 하기 망설여지는 수많은 것들을 협찬으로 체험하며 다채로운 경험은 물론 추억까지 덤으로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공짜는 아니다. 업체는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고 블로거는 사진과 콘텐츠가 있는 리뷰로 서포트한다. 요즘 고객들은 무엇이든 검색해서 찾아보고 연구한 후 결정하는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설령 체험을 통한 광고성 리뷰라 하더라도 리뷰의 효과와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솔직히 어떤 업체든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은 훌륭한 사진과 눈에 쏙쏙 들어오는 상세 설명이 잘 나와있지만 소비자들은 그보다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 보통 사람들의 느낌과 후기를 공유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 같은 리뷰 블로거가 바빠지는 세상이다. 
 
블로거로 거듭나려는지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사진 작업을 하고 또 휴대폰으로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있다. 누워서, 앉아서, 대기 중에, 눈뜨고 눈 감을 때까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동경했던 것 같은데 뭔가 내가 그 비스무리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평생 처음으로 젤 네일 아트 체험을 하고 왔는데 2시간 동안 벌서는 기분이었지만 알록달록 귀여운 손톱을 보니 한결 기분이 좋다. 이 기분 그대로 후기도 써야겠다. 기왕 시작한 거 이제 조금 더 영향력 있는 블로거가 되어야 할 텐데…... 아직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