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홈으로 발행인 칼럼
꿈과 희망의 길
04/23/18  

지난주 아틀란타에 다녀왔다. 방문기간 동안 아틀란타 인근 닭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닭공장 취업은 비숙련 노동자가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취업하고 있는 분야이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령은 3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다양했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는 시간 30여 분 빼고 꼬박 서서 일을 한다고 했다. 하는 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닭을 잡아서 부위별로 잘라 포장하는 과정의 일들을 하루 종일 서서하니 체력소모가 대단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도 닭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부부가 닭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신청을 했는데 부인이 먼저 취업이 되고 남편은 아직 대기 중인 가정도 있었다. 남녀 구별 없이 닭공장에 가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또 닭공장에 가기 위해 대기중인 사람들도 만났다. 9학년인 아들과 살고 있는 47살의 아빠는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닭공장에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세탁소 일이 끝나고 저녁에는 한인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자신이 고생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이 힘든 직업을 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다. 미국인들은 닭공장 같은 곳에서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을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면 닭 값도 올려야 한다. 닭 가격을 싸게 유지하기 위해서 업체는 값싼 노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들 업체에서는 영주권을 주는 조건에 최저 임금을 지급하며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닭공장 취업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 미국에 입국하면 그 즉시 영주권을 받는다. 고용계약 상 영주권 받은 날짜로부터 일 년 만 일하면 그만 둘 수 있다. 일년 만 고생하면 영주권을 손에 쥐고 미국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닭공장의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견디고 있었다.

 

 

필자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져 이민 초기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서너 가지 일을 하던 그 시절을 얘기했다. 이민살이에 가장 큰 무기는 열심히 일하며 참고 기다리는 것, 그리고 기왕이면 재미나게 사는 것, 이 두 가지를 실천하며 산다면 이민생활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암울한 현실이나 미래 앞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의 성공만을 위해 현재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미래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과 더불어 현재의 삶을 누리고 즐기는 것이다. 현재의 하루 하루가 쌓여서 꿈이 이루어지고 미래가 펼쳐진다.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출발점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힘든 닭공장일을 선택한 것도 그 많은 길 중에 하나이다. 하필이면 닭을 잡고 포장하는 그 험한 길을 선택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에 그 길을 택했다.

 

 

약속의 땅 미국에 와 닭공장에서 일하면서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의무 고용 기간을 마친 후에 어느 도시에 정착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닭공장 취업과 동시에 영주권은 이미 받았고 오늘의 고통을 견디고 약속된 시간이 지나면 미국 거주가 법적으로 보장되기에 기왕이면 좋은 환경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 좋은 직업과 좋은 거주 지역을 물색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거창한 성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오늘 힘들고 고단할지라도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 자체가 바로 아메리칸 드림 아닌가?

 

 

지미 로저스의‘Today’란 노래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I can,t be contented with yesterday,s glory, 어제의 영광에는 만족할 수 없어요
I can,t live on promises winter to spring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약속만으로 살아갈 수도 없어요
Today is my moment and now is my story 오늘만이 나의 삶의 기회이며 바로 지금이 내가 엮어가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I,ll laugh and I,ll cry, I,ll sing today 나는 오늘 웃고 울고 노래할 겁니다.

 

 

닭공장 일이란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오늘 내가 엮어가는 나의 이야기’라면‘웃고 울고 노래하며’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꿈을 좇는 그들이 오늘 하루도 부디 보람차고 즐거운 현재로 만들어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