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전진(前進)
04/23/18  
6월 7일 예비 선거가 끝났다. 6월 8일 오전 4시 30분 필자가 입후보한 LA 카운티 제 57지구 공화당 중앙위원직 개표 상황에 의하면 필자가 얻은 표는 2,349표이다. 14명의 후보자 중, 7등으로 당선된 후보가 획득한 4,280표에는 어림도 없는 득표였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선거 운동을 펼쳤던 6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이 당선되었다. 아버지가 독일계이고 쿠바 이민자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2살의 백인 청년이다.

 

 

선거 결과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필자가 획득한 2,349표는 대부분 라미라다 시민의 지지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3명의 시의원을 선출했던 2015년 라미라다 시의원 선거에서 일등으로 당선된 사람의 득표수보다도 많은 표라는 점이다. 즉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면 너끈히 당선되고도 남았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번에 중앙위원에 당선된 7명은 모두 백인이다. 히스패닉 70%, 백인 18%, 아시안 11%, 기타 1%인 57지구에 히스패닉계, 아시안계 대표가 한 사람도 없다. 그만큼 백인 유권자들이 히스패닉이나 아시안 유권자들보다 많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반증이며 이 지역을 움직이는 힘은 아직도 백인들이라는 뜻이다.

 

 

백인들만의 리그에 들러리 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국은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나라다. 어디까지나 선거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것이므로 백인 일색의 결과가 나왔다면 표심이 그 곳에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번에 같이 출마했던 친구들이 1월부터 출마를 권유했다. 사양했으나 기존 중앙위원들이 아무 것도 해놓은 일도 없고, 하는 일 없이 30여년을 자기들끼리 돌아가며 자리만 지키고 있어 6명이 공동으로 선거운동을 하며 출마만 하면 당선된다며 권유했다. 출마하지 않을 거면 아시안 중에서 유능한 사람을 추천하라고 했다.

 

 

친구들의 요청에 의해 2월말에 선배 중의 한 분을 추천했다. 후보자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선거 관리위원회에 가서 당적을 조회해보니 선배는 민주당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당적을 바꾸고 후보자 등록을 하기에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까지 촉박했다. 친구들은 필자에게 아시안계 대표로 직접 출마할 것을 종용했다. 현재 공동전선을 펼칠 다섯 명의 후보가 준비되었으며, 후보자 등록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고 20명의 공화당원들 추천도 필요하니 서두르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었다. 결국 마감을 3일 앞두고 등록했다. 6명 중에 3명이 백인, 두 명이 히스패닉, 그리고 아시안이 필자였다.

 

 

우리는 이민생활을 하면서 주류, 비주류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수백 년에 걸쳐 주류들이 쌓아 놓은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긴 세월에 걸쳐 튼튼하게 쌓아놓은 성을 허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허물고 나면 성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나 성 밖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나 모두 더 편리한 생활을 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도 많은 이민자들이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것은 그만큼 주류가 쌓아 놓은 성의 견고함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높고 튼튼한 성벽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제아무리 튼튼한 제방도 바늘구멍만한 틈새 하나로 무너지듯이 오늘 한 개, 내일도 한 개 하며 성의 돌을 나르다보면 언젠가는 성 안과 성 밖을 구분하고 있던 튼튼한 성의 모습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성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면 성 안 사람들이‘성 밖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성을 무너뜨리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 이민자 사회의 정치력, 경제력 신장을 부르짖는 것도 다 이런 까닭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지만 지금도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거대하게 버티고 있는 성벽이 허물어지는 그날, 그래서 과거 성 안 사람들과 성 밖 사람들이 어울려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는 그날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여러 분들을 만났고 그들의 많은 이야기를 경청했다. 현재 선거구가 주류 백인들의 표밭이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고 낙담할 이유도 없다. 인구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비주류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통해 멀지않은 미래에 이 지역, 또 나아가서 더 큰 선거구의 정치지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표심을 바꾸고 표밭을 이루면서 차츰 이루어나갈 과제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필자가 도전한 것이다.

 

 

지면을 빌어 선거운동 기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필자와 필자의 동지들을 후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보다 밝고 힘찬 미래를 향한 전진은 계속됨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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