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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xit? Black Sheet?
04/23/18  

24일 영국인들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선택했다. 영국인들은 대영제국으로의 회귀를 결정했고,‘하나의 유럽’을 갈구하던 유럽인들의 꿈은 깨지고 말았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EU에 속해 있음으로써 받게 되는 제약을 못마땅해 했다.
그 첫 번째가 분담금이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이 낸 분담금은 약 129억 파운드(179억 3천 3백만 달러)이다. EU는 회원국들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다양한 형식으로 각국에 배분하는데, 영국은 EU에서 받는 돈보다 분담금이 더 많았다. 이렇게 많은 돈을 EU에 내면서 그리스 같은 재정위기 국가를 지원하느니, 이를 자국민의 복지에 쓰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둘째로 이민 문제를 비롯해 EU의 각종 규제들에 얽매이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EU 가입국 국민들은 EU내에서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굳이 이민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EU 가입국내에서는 어디서나 자유롭게 거주나 이주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살기 좋은 나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영국인들은 이런 이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이들이 누리는 복지비용까지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에 대한 불평을 쏟아 왔다.

 

 

셋째로 대영제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노년층은 EU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에 의해 영국의 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강했다. EU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자 했다.

결국 영국의 EU 탈퇴는 이민자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 프랑스나 독일 등에서 이민자들이 벌인 테러와 폭동을 보면서 영국에서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가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캐머린 수상은 유럽연합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브렉시트를 꾀하려는 영국의 시도가 고립을 불러 올 수도 있다며“처칠은 영국이 고립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 함께 싸우길 바랐다.”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을 인용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장-클로드 융커도‘브렉시트는 자해 행위’라며‘이웃에 등을 돌리고, 고립에 빠지려는 것은 EU와 영국이 유럽 가치를 대표해 해온 모든 것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고립을 경고하는 이들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누렸던 여러 혜택을 잃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EU는 5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다. 현재 영국 수출의 44%를 EU가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 300만개가 EU 교역과 관련이 있으며 만약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이런 혜택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립을 시도하려는 나라는 영국만이 아니다. 체코, 덴마크 등이 EU 탈퇴를 준비하고 있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주자로 선출되어 공식적인 추대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 투표 하루 전인 지난 23일 미연방 대법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불체 이민자 구제를 위한 추방유예 확대 정책을 무산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확대 조치는 실행에 옮겨질 수 없게 됐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신분 자녀를 둔 불법체류 부모들에 대한 추방유예 조치가 물 건너갔고, 추방유예 대상 서류미비 청소년의 수혜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추방유예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확대 추방유예 조치’역시 물거품이 되었다.
특히 추방유예자에게 메디케이드 수혜를 허용하려 했던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일부 주 정부의 노력도 허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에서만 약 60만 명의 추방유예 대상자들은 메디케이드 수혜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반이민 정서에 뿌리를 둔 조처들이 영국과 미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내려졌다.

 

 

우리 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나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영국국민들에 의해 EU 탈퇴가 결의되었다고는 하나 이를 시행하기까지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린다 하니 나름 대처할 방법들을 각 나라들이 찾아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우선 대법원의 결정이 위헌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공석인 대법관을 임명한 후에 다시 시도할 수 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영국의 EU 탈퇴가 국민투표에서 과반이상의 찬성을 얻은 것처럼 미국의 11월 선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우스갯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번 11월 선거에서 표심으로 보여주기 위해 모든 이민사회가 똘똘 뭉쳐 투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Brexit가 Black Sheet가 되어 영국과 전 세계의 앞날을 깜깜하게 덮는 장막이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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