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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08/15/22  

나는 브런치 작가이다. 브런치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을 쓰고 구독할 수 있는 블로그 플랫폼이다. 이곳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브런치 에디터팀이 심사를 통해 승인을 해주면 작가로 글을 발행할 수 있고 제삼자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승인된 작가들은 책을 발간해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는 기회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작가로 승인이 되지 않아도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저장만 가능하고 발행은 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브런치 플랫폼 관련해서 이런 내용의 포스팅을 보았다. 꽤 장문의 글이었지만 요약해보면 브런치는 서비스 초기에는 전문적이거나 도움이 되는 콘텐츠 위주로 작가를 선정했고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유용한 정보나 주옥같은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일반인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전문성이 없는 육아, 여행, 맛집, 에세이, 자기 계발 분야로 주제가 몰렸고 너무 쉽게 작가 승인이 되면서 플랫폼 자체도 정체기에서 쇠퇴기를 맞이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흠칫 놀랐다. 내가 바로 그 뒤늦게 입소문을 듣고 브런치에 가입한 일반인이었고 전문성 하나 없이 별 볼일 없는 내 이야기를 쓰는 브런치 선정 작가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페이스북에 자주 브런치가 거론되었고 궁금한 마음에 시작했다가 나도 2020년 여름 작가로 승인이 되었다. 내가 글을 발행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도 제법 많이 브런치에 가입을 했으니 이만하면 브런치가 꽤 일을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브런치 초창기에 얼마나 능력자들이 모여들었는지 모르지만 분명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나는 IT 트렌드, 스타트업 경험담, 직장인 현실 조언 등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는 전문적인 글들은 실수로라도 보는 일이 없고 당연히 절대로 구독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내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나처럼 아이를 둔 엄마의 진솔한 이야기나 잔잔한 일상을 담아낸 수필들이 마음에 들면 구독 버튼을 누른다. 물론 그런 글들을 읽으며 취업을 앞둔 취준생이 대기업 입사 노하우 글을 읽듯이 두 눈을 반짝이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나같이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느끼고 싶어서 브런치를 찾는 독자층도 꽤 많을 것이다. 

글을 쓰고 읽는 플랫폼은 인터넷이 생겨난 이래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나만해도 고등학교 때부터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꾸준히 글을 쓰고 공유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수명은 제각각이라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공들여 쓴 글들과 구독자, 댓글 등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재앙이 생길 수는 있다. 나도 이런 일이 몇 번씩 반복되었고 그나마 지금 사용 중인 네이버 블로그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카카오의 브런치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대기업이 하는 일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특정 그룹보다는 더 많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이 결국 모든 기업이 원하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나 같은 사람도 끌어들인 것을 보면 제법 사업도 잘 되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이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보면 알겠지만... 그럼 또 이름만 바뀐 또 다른 플랫폼이 생겨날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디서든 글을 쓰고 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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