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시작
04/23/18  

‘초심’이란 처음에 먹은 마음이란 뜻으로‘초심으로 돌아가자’,‘초심을 잃지 말자’,‘초심대로만 하자’,‘초심대로 열심히 해서 성공했다.’등과 같이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첫 마음은 모두 설레고 행복한 좋은 기억들입니다. 돌아보면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면 언제나 가슴이 콩쾅거리고 순간 순간이 즐거웠습니다.

방학 시작할 무렵 동그란 원안에 생활 계획표를 그려 넣고 있으면 그 비현실적인 계획들이 언제나 계획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싱글벙글 미소가 흘러나왔습니다. 새 학년 올라갈 때 새로 받은 교과서를 손에 쥐면 그 빳빳한 종이 느낌이 얼마나 좋던지 몇 번씩이나 새 책을 꺼내 보며 공부를 열심히 하겠노라 투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 이름을 묻고 팔짱을 끼고 단짝이 될 때까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소중했고, 좋아하는 사람의 첫 고백은 하늘을 날기에 충분했습니다. 새 직장으로 출근하는 매일 매일은 흥분의 도가니였고 오랜 사업 구상이 현실로 펼쳐졌을 땐 마치 이미 대박을 낸 사장처럼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 있을 때 나의 가슴은 뛰고 있었고 그때 무엇을 다짐하고 꿈꾸고 있었든 나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분명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지만 시작하는 순간 이내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기분 좋은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 마음을 오래 오래 기억하려고 합니다. 스마트폰만 손에 쥐면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요즘,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신문을 통해 시원치않은 글솜씨지만 칼럼을 연재할 수 있게 되어서 몹시 설렙니다.

딱히 100% 한국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 사람은 더더욱 아닌 1.5세 아줌마의 소소하면서도 흥미로운, 슬프면서도 웃긴 이야기들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애 넷 딸린 고단한 워킹맘, 미국에 산 세월이 한국에 산 세월보다 길건만 영어도 한국어도 완벽하게 안 되는 서글픈 코리언 아메리칸의 특별할 것 없는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의 동생, 딸, 며느리, 친구, 이웃인 저의 이야기로 작은 미소라도 선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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