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홈으로 발행인 칼럼
표절 논란
08/22/22  

한국에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에도 장관 후보자들의 논문 표절 의혹이 있었다. 야당의원들이 후보자 자녀들의 논문을 문제 삼기도 했으나 흐지부지 넘어갔고, 교육부장관에 지명되었던 대학 총장 출신의 한 후보자는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다. 이어 지명된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본인 논문을 중복 게재해 연구 성과를 부풀렸다는 의혹, 자기논문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에 임명되었으나 다른 문제로 최근 자진 사퇴했다. 아빠찬스 논란으로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모 대학 병원장 역시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각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표절 의혹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다. 국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다. 표절 의혹을 심사해온 국민대는 8월 1일 그의 논문 4편에 대하여 3편은 표절이 아니며 1편은 검증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하여 국민대 교수회는 12일 오전 비대면 임시총회를 열어 김건희 씨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자체 검증을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자어인 표절은 묶을 표(剽), 훔칠 절(竊)이다. 따라서 원래 표절은 상대방을 속이거나 모르게 훔치는 행동으로 노략질이나 도둑질까지도 포함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의미가 축소되어 학술이나 예술 등에서 저술이나 저작물을 도용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사용한다.
즉, 표절이란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아니면 관념을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으로부터 전거(典據)를 충분히 밝히지 않고 내용을 인용하거나 차용하는 행위이다. 그렇다고 출전을 밝히기만 하면 표절이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이름으로 내는 보고서나 논문에서 핵심내용이나 분량의 대부분이 남의 글에서 따온 것이라면 출전을 밝히더라도 표절이 될 수 있다. 남의 글이나 생각을 베끼거나 짜깁기해서 마치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공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학술 논문에서는 어쩔 수 없이 표절을 관습적으로 15%까지로 인정하며 이를 넘을 경우 표절 논문으로 간주한다. 학위 논문의 경우는 대학교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한민국에서는 보통 10% 미만인 경우 어쩔 수 없는 표절로 인정한다.

글의 내용을 복사할 때만 표절인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관념이나 생각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제시하면 표절이 된다. 반면에 표절 검색기는 대부분 글 내용을 노골적으로 그대로 베낀 경우만 잡아낼 수 있다.

표절을 흔히 느슨한 의미에서 도둑질 또는 절도라고 간주하지만, 사법적인 의미에서 형사문제로 다루는 관행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 보통법의 관점에서도 표절이 형사상 범죄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표절의 문제는 민사사건과 관련되며 표절에 해당하는 행위는 때때로 저작권 침해, 불공정 경쟁, 도덕적 권리의 침해, 등과 같은 명목으로 법정에서 사건이 될 수 있다.

19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국민대 교수회가 김건희 씨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나흘간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자체검증을 실시하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부의 재검증위원회 회의록 및 최종보고서 공개 요청에 대해서도 반대표가 더 많아 김 여사의 논문에 대한 추가 검증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김건희 씨의 논문과 학위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상태에서 학력 부족의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한 취득이었다는 심증이 간다.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진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판 받을 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목적으로 학위를 딴 수많은 이들과 비교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청문회 때마다 학위 취득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져 나오다 보니 표절의 잘잘못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진 탓인지 국민들도, 후보자들도 적당히 청문회장에서 넘어가면 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의심이 될 정도다. 하지만 표절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남의 것 가로채기이다. 논문 작성자에게는 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논문 심사자들에게는 철저한 심사와 검증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둘 중 어느 한 편이라도 이런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표절로 인한 사회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