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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08/29/22  

2020년 봄,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보스턴에서 일하던 아들이 재택근무하게 되었다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나 또 나갔다가 지난 7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아들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농구 지도자로 직업을 바꿨다.

아들이 돌아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딸이 살림살이를 몽땅 싸들고 내려왔다. 컴퓨터만 있으면 일할 수 있으니까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면서 집을 베이스로 하고 여기저기 도시를 여행하면서 일하겠다고 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펜데믹을 선언하고 2년 5개월이 지났다. 정확하게 유행병이 번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계산한다면 3년 정도 지난 셈이다. 펜데믹 초기, 백신 등장 이전의 세상은 혼란 그 자체였다. 마스크와 거리두기를 국가가 강요했고, 마스크 쓰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지면서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관공서를 비롯해 식당 등 많은 업소들의 영업을 중단시키거나 제한하면서 한때 일상이 마비되기도 했다. 그 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이 보급되었다. 하지만 백신은 100%의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백신 접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021년 들어서서 제한적 여행이 시작되었고, 개도국과 저개발국가에서도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점차 개도국에서도 부분적으로 여행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 개발을 조롱하는 듯 변이를 거듭하며 좀처럼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그 결과 4차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감염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백신의 효과 자체를 불신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에 감염됐다 해도 팬데믹 초기처럼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현저하게 낮아져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난 듯 보이기까지 한다. 그보다 코로나 불감증이란 말이 더 적당해 보인다. 그런 탓인지 이제는 마켓 등 공공장소에서조차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마스크에서 해방된 모습이다. 마스크 착용을 고집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사무실로의 복귀를 주문했으나, 재택근무 근로자의 절반가량은 사무실로 복귀하느니 차라리 퇴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점이다. 글로벌 리쿠르팅 기업 ‘로버트 하프’는 지난 3월 미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근로자의 절반가량은 100% 사무실 근무로 강제 복귀하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재택근무 직장인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사무실 복귀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의 근로자가 사무실로 복귀하느니 재택근무를 위해 이직하겠다고 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보다 오히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재택근무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에 비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성과도 더 높인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사태는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 제도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심지어 학교 교육 시스템마저 변했다. 이제는 강의실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수업을 듣고 리포트를 써내고 학점을 취득한다. 심지어 미술계열이나 이공계열 등 교수의 섬세한 지도가 필요한 강의조차 화면을 통해 비대면 수업을 할 정도가 되었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일하고 인터넷으로 전송하면 되고, 얼굴을 보고 얘기할 필요가 있을 때는 화면 앞에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 된다.

과연 코로나가 종식되면 코로나로 야기된 변화들이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지 의문이 든다. 아니 그보다 코로나 사태의 종식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크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백신을 3 번, 4 번 접종해도 연일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딸은 한 달 살다 오겠다며 뉴욕으로 떠났고, 아들은 새벽 일찍 농구 트레이닝이 있다며 집을 나갔다. 회사와의 시차 때문에 아침 6시부터 일하는 것이 싫다던 아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밤낮을 구별하지 않는다. 우리 집의 변화가 세상의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코로나는 세상을 변화시켰고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지금 보다 더 무궁무진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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