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와 크루즈
04/23/18  

버니 샌더스는‘정치혁명’을 외쳤다. 그러나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졌다. 그리고 샌더스와 그 지지자들은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밝혀진 사실에 분노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경선을‘편파 관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전당대회장 앞에서 부당한 DNC의 조처에 항의하며 시위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실망과 낙담, 분노와 좌절에 휩싸인 지지자들에게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라고 호소했다.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거나, 당위성을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를 들고 나왔다.

 

 

연단에 선 샌더스는 사람들의 환호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청중들은 샌더스의 말이 끝날 때마다‘버니! 버니!’를 외치며 환호했다. 분위기는 마치 샌더스를 위한 전당대회인양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때 샌더스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며“우리는 미국을 전환시키기 위한 정치혁명을 함께 시작했고, 우리의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선거는 왔다가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는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버니 샌더스 등, 대통령에 출마한 그 어떤 후보에 대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요구, 그리고 우리 자녀와 손주들의 미래에 대한 선거이며 1928년 이후 최악인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끝내기 위한 선거”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나열했다. 불평등 해소, 최저임금 인상, 여성 인권, 노동자 인권, 성소수자 인권, 기후변화 대응, 대학 등록금 면제, 의료개혁, 금융 규제 등을 언급했다. 그는 바로 그 공약들을 지켜낼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가 아니라 클린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샌더스는 그러면서도 자신과 클린턴 사이에‘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와‘진보’를 부각시켰다.
그는 차분한 어조로 민주당의 성과를 상기시켰고 희망을 말했다. 그리고‘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을 함께 만들자고 역설했다. 그는‘패자’임에도‘승자’인 것처럼 말했다. 실제로 그는 승자였다. 샌더스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서 패한 테드 크루즈는 전당대회 셋째 날 연설에서 공화당의 가치에 충실한 연설을 하면서도 트럼프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양심에 따라 투표하라”고 말해 한껏 달아오른 전당대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소신에 따라 투표하도록 전당대회 규정을 바꾸자’는 트럼프 반대파의 요구였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2020년 대선에 대비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행동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침몰하는 배에 오르지 않고 자신이 당의 미래를 재건할 진정한 보수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정치는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며,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이다. 따라서 적과도 타협을 해야 하고 때로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주장을 접고 화합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대통령 후보 경선과 지명 과정에서 보여준 샌더스의 언행은 가장 정치적이었고, 크루즈의 행동은 그 반대였다는 평가를 반박하기 어려워 보인다. 크루즈가 당의 분열을 조장했으며 그로 말미암아 미래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데 반해 샌더스는 자신의 주장을 당의 정책에 포함시키는 성과를 거양했고, 11월 대선 승리를 위한 당의 화합과 단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단순히 74세와 45세라는 나이 차이에서 오른 경륜의 차이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는 없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이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무엇을 배웠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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