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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기
09/19/22  

지난 봄, 막내 사촌형과 선산에 들렸다가 근처에 홀로 사는 둘째 사촌 형수를 찾아뵙기로 했다. 형수는 대문을 활짝 열어 두고 마실을 간 듯했다. 사촌형이 형수를 찾아 나서려 하는데 아랫집에 사는 분이 나와 손가락으로 윗집을 가리키며 저기 계시다고 알려주었다. 사촌형이 올라가 형수를 모시고 내려왔다. 등은 둥그렇게 굽었고, 허리는 활처럼 휘어 작은 키가 더 작아 보이는 노인네 한 분이 소리치며 달려와 미국에서 온 사촌 시동생을 얼싸안으며 안 죽으니까 보네. 서방님 미국서 오신 거예요? 식구들은 다 잘 있지요? 언제 미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쉬지 않고 질문을 퍼부어 댄다.

안방에 앉았다. 어려서-큰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꽤 큰 방처럼 여겨졌었는데 아주 작은 방이 되었다. 방안에다 화장실과 부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부엌은 아궁이가 두 개 있었고, 나무를 때서 밥을 했는데, 요즈음은 인덕션을 사용하니 큰 아궁이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형수 전화기다. 형수가 전화를 받자마자 상대방은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물었다. 형수가 집에 전화기를 두고 나갔다고 하자 외출할 때는 반드시 갖고 다니라고 했다. 형수는 미안해하면서 다음부터는 꼭 갖고 다니겠다고 말했다. 전화를 마친 형수는 벽에 달린 물체를 가리키며 그것으로 형수가 집안에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를 감지하고, 만일 움직임이 없으면 전화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외출하면서 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가 통화가 안 되어 걱정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정부에서 읍면동 단위로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이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정말 좋은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어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걸음걸이도 불편하여 예전처럼 걷지는 못하지만 지팡이 없이 아랫집 윗집 마실 다닐 정도는 된다고 했다.

한국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4세, 건강수명은 73세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과의 차이는 무려 8.4년에 달했다. 평균수명이란 0세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햇수이며, 건강수명이란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고통 받는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뜻한다. 즉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 받는 기간, 건강하지 못한 기간이 평균 8.4년이나 된다는 뜻이다.

지난 2017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초로 90살을 넘어섰다. 기대수명이란 특정 연도에 태어난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햇수를 뜻한다.

이 보고서는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살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조사 대상국 남녀 중에 기대수명이 90살을 넘는 집단은 한국여성이 유일했으며, 다른 국가들과의 차이도 현격했다. 프랑스(88.55), 일본(88.41), 스페인(88.07), 스위스(87.07) 등이 여성 기대수명 톱 5에 이름을 올렸다.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도 84.07살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오스트레일리아(84.00), 스위스(83.95), 캐나다(83.89), 네덜란드(83.60) 등이 남성 장수국가 최상위권에 올랐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 83살, 남성 80살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미국 내 아시안의 기대수명은 타인종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어느 나라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식습관을 갖고 어떻게 생활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연구를 주도한 한 교수는“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은 90살을 돌파하기 불가능하다고 봤는데, 복지제도와 의학의 발전으로 장벽이 계속 깨지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교육과 영양의 혜택을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누리고, 고혈압을 잘 관리하고 있으며, 비만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한국인 기대수명이 급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증가했다고, 혹은 증가할 것이라고 해서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건강수명과의 차이 기간도 길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는 동안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즉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들 모두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적절하게 운동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늘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인생. 이제는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당장의 현실이다.

점심을 차려 주겠다며 일어서는 형수를 억지로 말리고 서둘러 나왔다. 어려서 큰집에서 방학을 보낼 때, 밖에서 놀다 점심 먹으러 들어오면 형수는 자기가 사용하던 숟가락을 치마에 쓱쓱 닦아서 내게 내밀며 밥 먹으라고 했었다. 그 형수는 어데 가고 꼬부랑 할머니가 떠나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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