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04/23/18  

미국에서 나서 자란 아들이 평소에 한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게 여겼다. 대학 기숙사방 벽에다 커다란 태극기를 걸어둔 사진을 보내 왔을 때는 가슴에서 큰 울림이 일기도 했다.

 

 

방학 기간 동안 집에 와 있는 아들과 함께 리우올림픽 중계를 보며 녀석도 영락없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독일과의 축구 경기를 시청하며 내지르던 함성과 끝났을 때 내쉬던 한탄, 다 이긴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데 대해 아쉬워하는 모습은 한 치의 빠짐도 없이 한국인, 바로 그 모습이었다. 녀석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신장된 국력과 높은 문화 수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 가운데는 자신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밝히기를 주저하던 때도 있었다. 오히려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인식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물론 당시 외국인들에게는 중국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더 널리 알려졌었다고, 그래서 조국인 한국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서였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 유쾌한 이야기가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 하다. 그 조그만 나라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를 증명하듯 세계인의 손에는 한국산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세계의 길 위에서는 한국의 자동차가 달음질하고 있다. 또 세계인은 바야흐로 K에 열광하고 있다. K-POP, K-BEAUTY 등 한국을 뜻하는 K가 붙은 것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엄지를 추켜세우길 주저하지 않는다.

 

 

스포츠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첫 올림픽은 1948년 런던올림픽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재정이 부족해 올림픽 참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올림픽 참가를 위해 기념 복권까지 발행해 가며 겨우 참가하게 됐다. 이때 발행한 복권은 이제 한국에서 발행된 최초의 복권이란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졌다. 또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었던 단복은 근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동메달 2개(복싱 플라이급 한수안, 역도 미들급 김성집)를 획득했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28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주인공은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였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한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 대회에서는 한국 최초의 올림픽 여성 메달리스트(여자배구, 동메달)도 탄생했다.

 

 

그 후 참가한 올림픽에서 한국은 매번 10여 개 안팎의 금메달을 따며 10위권을 오르내렸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도 10-10 즉, 10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발전은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전통적인 메달밭으로 여겨지던 권투, 유도, 레슬링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새 금맥은 양궁, 사격, 펜싱 등에서 찾았다. 이들 종목은 정신력 못지않게 장비도 중요하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장비로 세계 제1의 위치에 당당하게 올랐다. 올림픽 참가를 위해 복권을 발행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실감케 한다.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조국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조국의 국력은 자부심의 원천이자 든든한 백그라운드이다. 만리타국에서 살아가면서 만나는 타인종들에게 나의 조국은 한국이라고, 네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혹은 네가 지금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바로 나의 조국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힘이 만들어 낸 역사적 산물이다. 펜싱 남자 개인 에페 결승에서 3피리어드 시작 전까지 헝가리 선수에게 10-14로 지고 있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되던 박상영 선수가 휴식 시간에‘할 수 있다’고 혼잣말하며 자기 암시를 한 후 결국 승리를 만들어 낸 것처럼.

 

 

이제 리우올림픽은 1주일여 후면 끝이 난다. 아들은 또 다른 한국 경기를 보며 환호하고 아쉬워하고 안타까워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조국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모두 감격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난했던 조국을 경험한 사람이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태극기가 경기장 천정으로 올라갈 때 더욱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오는지도 모른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한국 선수 모두에게 전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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