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04/23/18  

저녁을 많이 먹었다. 밥은 반 공기 정도였지만 반찬을 이것저것 흡입하듯 쓸어 넣었고, 국도 한 그릇 다 비웠다. 수저 놓기 무섭게 참외와 수박, 복숭아까지 잔뜩 먹었다. 그리고 1시간도 채 안되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꺼내 놓고 퍼먹고 있었다. 9시도 되기 전에 눈꺼풀이 내려와 잠자리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저녁 비슷하다.

  

늘 과식하고 있다.‘소식해야 한다’,‘식탁에서 가능한 한 천천히 오래 먹어야 한다’고 입으로는 노래를 하면서도 밥상 앞에만 앉으면 입에 넣느라고 정신이 없다.

  

며칠 전 점심에 연세가 지긋한 분과 짜장면을 함께 먹고 있었다. 신나게 먹고 있는데-허겁지겁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깜짝 놀란 듯한 소리가 들렸다.“아니, 그렇게 잡숫는데 속이 괜찮으신가요?” 깜짝 놀라 그릇을 보니 상대방은 대부분 남아 있는데 내 것은 거의 비어 있었다.

  

과식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빨리 먹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적당히 씹힌 음식이 장에 들어가면 쉽게 소화가 되는데 삼키듯이 들어간 음식은 소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장이 빨리 노화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식과 급식을 하는 편이라 은근히 건강을 걱정하게 된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열심히 운동하면 되지.’‘약을 왜 먹어? 음식으로 조절하면 되지.’이런 자신감이 큰일을 부른다. 몸에 약간의 이상이라도 느껴지면 병원을 찾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 경우도 있다.

  

모든 포유동물은 주어진 수명의 20~25%에 이를 때 육체적인 정점에 이르고 그 후 점점 쇠퇴하는 노화의 과정을 겪다가 죽음에 이른다. 노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 건강 악화다. 몇 년 일찍 가더라도 사는 날까지 건강한 몸과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겠으나,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건강은 나이들수록 더 중요한 이슈가 된다. 특히 50을 넘어선 사람에게는 건강, 배우자, 재산, 일, 친구 순으로 중요하다고들 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하고 남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간다면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최고 부자 이건희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2년 넘게 병상에 있다. 그의 건강 상태가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 최고의 병원에서 생명 연장 장치에 의지해 호흡과 맥박만 유지한 채 병상에 있을 거라 짐작한다.

  

그가 소유한 많은 재산이나 돈으로도 그는 건강을 되찾지 못했다. 차라리 돈이 없었다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의 돈이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상태에서 죽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매 순간순간이 죽음으로의 여정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살아가야 할 날이 하루 줄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나게 될지 모른 채 살아갈 뿐이다.

  

철저히 죽음을 의식하며 살다가 간 사람도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다.“죽음을 의식해라.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인생에서 커다란 선택을 할 때 도움을 준다.”그의 죽음에 대한 성찰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는 50세가 될 때까지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오늘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만일 그가 의학계의 권유를 받아들여 현대 의학에 의존해서 치료를 받았다면 좀 더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었을 거다. 그러나 그는 수술도 거부하고 자신이 믿는 자연요법에 의존해 치유를 계속했다. 결국 몇 년씩 병상에서 의식 없는 상태로 생명을 연장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을 의식하고 살든, 그렇지 않든 우리 모두는 죽는다.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훌쩍 저세상으로 가는 복을 빈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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