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祝祭)
04/23/18  

축제.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어 오른다. 축제의 사전적인 의미는‘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혹은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보통 축제라 하면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에서 벌이는 카니발이 먼저 연상되고, 그 외에 캐나다의 윈터 카니발, 일본 삿포로의 눈축제, 독일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등이 떠오른다.

 


축제의 기원은 대체로 고대 사회에서 절기에 따른 자연 변화나, 농경과 추수를 기념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이런 자연현상에 신이 작용한다고 보았기에 수확물이나 제물을 바치기도 했다. 또, 특정한 날짜에 의미를 부여해 기념하다보니 명절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축제라는 단어의 제(祭)는‘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음식을 차려 정성을 표하는 의식’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어원에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처럼 종교의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과거의 축제는 종교와 연관시킴으로써 사람들에게 사회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정보를 전달하고 응집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서양에서는 예수 탄생과 부활을 기념하여 성탄절, 부활절 등의 기간을 휴일로 삼고 축제를 벌였다. 동양에서도 석가 탄생을 기념하여 석탄일을 휴일로 정하고 축제를 벌이고 있음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축제는 볼거리 먹거리를 준비해 놓고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것으로 종교적 성격은 퇴색해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축제’라는 말 대신 소박하게‘잔치’라고 불렀다. 설이나 대보름, 단오, 추석, 동지 등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만들어 나눠 먹었으며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춤추고 놀았다.
요즈음 한국의 명절은 가족끼리 지내는 것으로 바뀌었고, 일 년 열두 달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홍보를 위해 열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이곳 남가주에서도 한인 축제들이 열리기 시작한다. LA시, Garden Grove시, Buena Park시에서 일주일 간격을 두고 연이어 벌어진다.
제 43회 LA 한인 축제는 개막 하루 전날(21일), LA 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의 안산 시립 국악단이 국악을 연주하고 줄타기팀이 공연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9월 22일(목)부터 사흘간 펼쳐진다.

 


가든그로브시에서는 9월 30일(금)부터 10월 2일(일)까지 다민족 축제가 열린다. 여느 축제와 달리 17개국의 여러 민족이 참가하는 축제라는 점에서 다른 커뮤니티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치루지 못했던 제 32회 OC 아리랑 축제는 부에나파크 시청 앞 광장에서 10월 7일(금)부터 사흘간 계속된다.

 

 

남가주에서 올해 한인 축제가 세 곳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탓으로 축제에 대한 문의가 다른 해에 비해 잦은 편이다. 각 축제 재단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축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축제하면 즐겁고 유쾌한 상상이 떠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축제가 요란하고 떠들썩해야겠지만 지나치니까 문제다. 술 취한 젊은이들이 비틀거리며 몰려다니고,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소란 떠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저기 욕설과 폭력적인 모습들을 보이기도 했다. 풍경 자체가 60년대의 한국 시골 장터를 연상시켜 정다운 면도 없지 않으나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축제를 위한 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저 해마다 벌이는 의례적인 행사로 여기고 형식적으로 치러서도 곤란하다. 축제를 계획해서 진행하는 단체는 물론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유쾌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축하하는 것인지 그 취지가 뚜렷해야 하고,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깨끗이 씻고 한바탕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인 축제는 참가자들의 즐거움보다는 주최측이나 특정 단체, 혹은 일부 언론사들의 상업적 이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일부의 의혹도 해소해야 할 부분이다.

 


현대의 축제는 전통적인 의식 위주의 행사에서 지역 중심의 문화 사업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경제적 가치를 도모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참여자들의 체험도 중요하다. 한인 축제가 모든 축제 참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어 지속적으로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즐겁게 이끌어낸다면 상업적인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가을을 맞아 열리는 한인 축제들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신명나게 풀어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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