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ary or Trump?
04/23/18  

9월 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 물었다. 한국에 사는 큰 아들은‘아버지는 공화당원이니까 트럼프를 찍을 것입니까?’라고 카톡으로 물었고,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 있는 막내 역시‘Hilary or Trump?’라는 문자를 한밤중에 보냈다. 마침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첫 TV토론이 있던 날이었다.

 
TV 토론은 글자 그대로 대통령 후보들이 TV에서 공개적으로 정치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TV 토론이 유권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미 유권자들 대부분이 TV 토론 전에 지지 후보를 마음속에 정해 놓기 때문이다. TV 토론에서 지지하는 후보의 발언이 사실에 입각한 발언이든 거짓된 발언이든 크게 관여치 않는다. 아예 진위 여부에는 관심조차 없다. 유권자들은 한 번 지지 후보를 정하고 나면 좀처럼 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후보자들 역시 토론의 내용, 대통령으로서의 소신이나 국가 정책이나 운용 방안 등에 신경 쓰기보다 상대 후보보다 더 멋진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열중하는 편이다. 즉 TV 토론은 각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각인하는 자리이다. 유권자들은 TV 토론에 비쳐지는 각 후보자들의 이미지를 보고 누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한 인물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후보자들이 TV 토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표심을 확고히 하지 않은 상당수의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역시 노련했다. 트럼프의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을 이용해 약을 살살 올리면서 트럼프의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침착한 태도로 소신을 분명히 밝히면서 각종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비교적 높은 이해도를 보였다. 힐러리는 실전에 대비해 각종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리허설까지 했으나, 트럼프는 전혀 연습 없이 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트럼프의 날선 공격을 예상했던 트럼프 지지자들과 그 진영의 인사들은 적지 않게 실망했으리라.

 

힐러리는 트럼프의 납세 내역 미공개와 관련해‘말하고 다니는 만큼 트럼프가 부자가 아니거나, 기부를 하지 않았거나, 은행에 빚이 많거나,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거나’라며 4가지 추론을 제시했다. 트럼프의 약점을 예리하게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가 힐러리의 건강 문제를 꼬집으려는 의도에서 스테미너 부족을 지적하자“112개국 순방과 11시간 청문회 참석을 한 후에 스테미너에 대해 나에게 말하라.”고 맞받아쳤다. 트럼프의 공격에도 미소를 지으며 비교적 여유 있게 대처했다.

  

트럼프는 힐러리가 발언할 때, 눈을 찡그리고 쳐다보았으며 코를 훌쩍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아울러 힐러리의 발언 도중에 여러 번“틀렸다”며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렸다. 이는 대통령의 태도로 적합하지 않다는 언론 및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는 비판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8천만 명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도 녹화된 영상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첫 TV 토론에서는 화가 난 듯한 언행, 조급해 보이는 트럼프와는 대조적으로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시종일관 여유롭게 대처하는 힐러리가 단연 돋보였다. 영부인으로 백악관 생활 8년, 뉴욕주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으로 단련된 정치인다웠다. 그것을 입증하듯 TV 토론 이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많은 부동층이 힐러리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의 유수 언론들도 이날의 승자를 힐러리라고 보도했다.

  

여성대통령의 탄생을 점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TV 토론에서 우세한 판정을 받았던 후보들이 모두 당선된 것은 아니라는 통계를 무시할 수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트럼프는 아니고 힐러리 역시 찍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남편이 대통령을 8년이나 했는데 그 부인까지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는 미국의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남편의 섹스 스캔들까지 싸악 무시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으로 똘똘 뭉쳐진 부부가 고개를 쳐들고 다니는 것조차 못마땅하다. 거기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클린턴 가에서 만든 재단에 막대한 기부를 받아 자기들의 재단을 탄탄히 하는데 철저히 이용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가 없다.

  

TV 토론을 시청했고, 녹화 영상을 서너 번 이상 반복해서 봤으나 아직도 누구에게 투표하겠다는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과연 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더 적합한 인물일까?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