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노벨문학상
04/23/18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수 밥 딜런이 선정되었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오랫동안 밥 딜런이 수상 후보로 거론되어 오기는 했지만 그의 작품은 노벨상이 전통적으로 인정해 온 소설ㆍ시ㆍ단편 작품들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뜻밖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수상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여러 해 반복되어 왔지만 그가 유력 후보자 명단에서는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기자 출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저널리즘 기법 문학으로 수상한데 이어 올해는 싱어송 라이터, 가수 출신 수상자가 나왔다. 이는 노벨상위원회가 문학의 범주를 넓게 확대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일부 언론매체들은 60년대 반전운동의 기수, 팝송의 세계화에 기여한 음유시인이라며 밥 딜런에 대한 찬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학의 영역이 확장되었다며 환호하는 이들과는 달리 시와 노래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다른 장르라며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노벨상위원회의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는“우리는 정말 밥 딜런을 위대한 시인으로 보고 상을 주는 것이다. 그는 밀턴과 블레이크까지 올라가는 위대한 영국 전통 속의 위대한 시인”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상위원회의 설명과는 달리 세계의 문인들과 문학애호가들 및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음악인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과 수준이 되는가에 대해 열띤 공방을 펼치고 있다.
시와 노래가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장르가 구별되어 있고 그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시와 노래를 한 몸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노래 가사도 시니까 당연히 문학의 영역이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음악과 문학은 장르가 다르다. 멜로디에 붙이는 노랫말, 가사를 곧 시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노벨상위원회의 결정이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 문학의 경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신선한 발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다른 장르에 까지 손을 뻗쳐 노벨문학상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언론은 자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한 것을 축하하는 분위기이다. 노벨문학상이 미국에 돌아간 것은 1993년‘재즈’‘빌러비드’등의 작가 토니 모리슨 이후 23년 만이니까 그럴 만한 일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당초보다 연기한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본래 6일로 예정됐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일주일가량 늦어진 것도 심사위원단 내부의 의견 충돌이 극심했다는 반증처럼 보인다. 스웨덴 일간지 다건스 나이터는‘발표 연기는 수상자 선정 과정에 의사 불일치가 있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스웨덴 한림원이 비전통적인 수상자를 선정한 만큼 격렬한 내부 논란을 거쳤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밥 딜런이 대중 음악가이지 시인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사라 다니우스는“2500년 전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호머와 사포를 우리는 아직도 읽고 있다”면서“그들의 작품은 자주 악기와 함께 공연됐고 책으로 기록되어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다. 우리가 그들의 시를 즐기는 것처럼 밥 딜런도 시인으로 읽힐 가치가 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 답변은 억지로 꿰맞춘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그 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인류 고대 문학의 진수라고 일컬어지는 오디세이, 일리아드의 저자 호메로스와 밥 딜런을 비교한단 말인가?

 

 

밥 딜런의 노랫말에 담긴 내용들을 다룬 소설이나 시 등의 작품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심도 있게 다룬 문학작품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딜런을 선정한 것은 그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더 많은 점수를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시인의 시와 소설가의 소설을 영화나 연극으로 접하는 시대, 문학도 음악의 힘을 빌려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주는 단적이 증거라 하겠다.

 

 

노벨문학상 제정 이후 115년 만에 처음으로 문학가가 아닌 대중음악가에게 상을 준 이 결정은‘노랫말도 문학이 될 수 있는가?’‘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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