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는 말이야
12/19/22  

못생긴 발가락이 콤플렉스라 한여름 맨발에 슬리퍼 신는 것도 꺼려졌다는 내 친구는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에게 들은 "네 발가락은 너무 귀여워"라는 한마디에 발가락 콤플렉스를 극복했다고 한다. 나도 대학교 때 만난 남편이 "너는 왜 옷을 이렇게 크게 입어? 네 사이즈는 스몰이야"라고 말해줬을 때 비로소 내가 통통한 몸을 감추려고 말도 안 되게 옷을 크게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몸을 감추려고 했던 모든 것들이 오히려 나를 더 뚱뚱하게 보이게 했다는 것을 알고는 용기를 내어 내 사이즈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콤플렉스"는 "자신의 싫어하는 부분"과 같은 의미로 아들러가 제창한 "열등 콤플렉스"와 근접한다. 이는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감정으로 우리가 흔히 갖게 되는 외모 콤플렉스, 학벌 콤플렉스 등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콤플렉스는 뭐가 다른 것인가. 굳이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선택했던 심리학 101에 등장했던 프로이트, 아들러, 융까지 거론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쉽게 콤플렉스의 종류는 다양하고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아이가 엄마에게 지나치게 애착을 갖는 마더 콤플렉스, 어린이가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욕구를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 여성의 높은 남성 지향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이 있고 우리가 "콤플렉스"라고 알고 있는 열등감 콤플렉스도 그중 하나라는 것만 알면 충분할 것 같다. 

열등감 콤플렉스의 대부분은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떤 계기나 사람으로 인해 생겨난 멍에와도 같다. 한 예로, 국민학교 1학년 때 운동회에 온 엄마가 달리기에서 꼴찌 하는 나를 부끄러워하셨고 나의 어정쩡한 달리기 폼은 두고두고 집안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뛰고 싶지 않았다. 뛰어야 하는 놀이 조차도 즐겁지가 않았다. 얼음땡 놀이를 하다가도 술래가 쫓아오면 뛸 생각을 하지 않고 "얼음"하고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전속력으로 온 힘을 다해서 뛰었는데도 꼴찌를 할까 봐 두려워서 "난 달리기 정말 못해…..." 하며 힘을 쭉 빼고 대충 달렸다. 

그때 엄마가 내게 "결과와 상관없이 열심히 뛰었으니 괜찮아."하고 칭찬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렇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달리기에 취약한 것에는 변함이 없었겠지. 운동신경이 칭찬이나 격려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니깐. 엄마도 내게 일부러 열등감을 안겨주려고 작정하셨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때론 사람들의 진심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경우가 있으니 내가 "나는 운동회 이후로 달리기가 싫어졌어요."라고 기억하는 것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평생 그렇게 살라는 법도 없다. 굳이 그걸 극복해보려고 부단히 애를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출발선에 서면 호흡 곤란이 올 정도로 끔찍했던 달리기였는데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체육 시간에 1마일 뛰기를 하면서 내가 더 이상 꼴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100미터 달리기와 달리 오래 달리기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하면 꼴찌를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어 취미로 시작한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비록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1 km, 5 km, 10 km 천천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로서 나의 달리기 열등감은 일단락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는 수많은 열등감 콤플렉스들이 존재한다. 외모의 경우 의학의 힘을 빌려 보기도 하고, 못 배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늦깎이 학생이 되기도 하고, 가난이 콤플렉스였던 사람은 가진 것을 과시하려고 동분서주한다. 통통한 몸을 감춰보겠다고 커다란 옷을 입고 다녔던 나 같은 사람도 있었지.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나의 콤플렉스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자신의 싫어하는 부분을 끄집어내니 제법 꽤 많이 떠오른다(슬프게도 그중 첫 번째로 떠오른 게 뱃살이었음).나이 먹어 가며 더 영글기는커녕 허점만 더 많이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억지로 감추려 하면 콤플렉스가 되지만 내버려 두면 그냥 나의 부족한 부분 정도로 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완벽에 가깝지만 불안하고 스트레스 가득한 사람보다는 부족한 구석이 많지만 유쾌한 사람인 편이 훨씬 낫잖아? 그래도 새해를 맞아 건강을 위해서 뱃살은 빼도록 노력해봐야겠다. 헐렁한 옷으로 감출 생각 그만하고......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