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와 대선후보 TV토론
04/23/18  

한 건축회사가 아파트를 짓겠다고 라미라다시에 승인을 요청했다. 서쪽은 차량통행이 빈번한 큰 길이고 북쪽은 주택들이 있고, 남쪽은 물이 흐르지는 않지만 개울처럼 움푹 파여 있는 곳이다. 그 남쪽에 8채의 개인 주택이 있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인데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면 교통 불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건물을 증개축, 혹은 신축을 할 경우에는 해당 시의 플래닝커미션이 주관하는 공청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주민들의 찬반 토론도 있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 다섯 명의 플래닝커미셔너들 가운데 3명 이상의 찬성을얻어야 한다.

 

 

그 아파트에 관한 공청회가 지난 주 목요일에 시의회당에서 있었다. 건축회사 직원들이 법규에 맞춰 아파트를 건축할 것이라며 설계도면을 제시하며 설명했다. 그들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8가구의 주민들과 여러 차례 만나 협의를 했으며 나름대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건설회사 측의 발표가 끝나고 주민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41년째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그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자신들이 겪게 되는 불편에 대해 역설했다. 끝으로 건설회사측이 자신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어 고맙다며 말을 맺었다.

 

 

2시간 30분이 지났다.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도 건설회사 직원들도 공청회를 진행하는 플래닝커미셔너들도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누구 하나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삿대질을 하거나 피켓을 들고 시위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대화하고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되자 진행상의 법적인 문제나 법률적인 해석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참석하는 라미라다시 변호사가 아파트 건축 인가 여부를 다음 달 공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정부에서 주택 건축을 독려하고 있어 시 입장에서는 빨리 한 채라도 더 짓는 것이 좋을 것이고 건설회사도 빨리 착공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지만 이미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에서 그야말로‘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들을 위한 정치’가 실현되고 있었다.

 

 

미국 대선의‘최대 이벤트’였던 세 번의 TV토론이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지난달 27일 첫 TV토론에서 힐러리와 트럼프는 웃으며 악수를 나눈 후에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거칠게 힐러리를 몰아세우는 트럼프와 이에 차분하게 응수하는 힐러리, 토론 내내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1차 토론과는 달리, 2차 TV토론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시작이 되었다. 두 후보는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토론을 시작했다. 그야말로‘난타전’이었다. 힐러리는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일, 여성 비하발언을 공격했다. 트럼프는 힐러리의 남편을 겨냥했다. 빌 클린턴을 미국 정계 역사상 가장 여성을 학대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힐러리가 이를 방관했다고 공격했다. CNN은 2차 토론을‘어글리 토론’이라며 비난했다. 선거 공약 대신 인신공격의 장으로 변모한 토론이었다.

 

 

불미스러운 추문과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대선판이 추잡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마지막 3차 토론은 막장 토론의 끝을 보여줬다. 2차 토론에서 선거조작을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트럼프가 선거를 하기도 전에 대선 결과 불복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힐러리의 발언 도중에 끼어들어‘네스티 우먼’이라고 말했다. 추악한 여자라고 욕을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멕시코 마약상을 언급하면서‘배드 옴브레’라는 표현을 썼다. 나쁜 남자들이라는 뜻인데 영어의‘맨’대신 스페인어‘옴브레’를 사용하여 인종차별적인 표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3차 토론에서는 힐러리도 참을성의 한계를 드러냈다. 토론이 시작되고 40여 분이 지나면서부터 평정심을 잃고 트럼프와의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들 간의 토론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대선 토론이 끝난 지금,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두 후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공청회를 마치고 대선 후보 TV 토론이 떠올랐다. 상호 존중과 상호 비방의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는 모습이 머릿속을 교차했다. 힐러리와 트럼프가 라미라다 시의회당에서 열렸던 아파트 신축과 관련한 공청회를 참관하였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돌아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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