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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기다리며
12/27/22  

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 그러하듯이 중·고등학교 동문회, 대학 동문회, 향우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의 송년회 광고가 요란하다. 송년회장에서 찍은 단체 사진들이 화려하게 일간지들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으로 이주해 처음 참석한 송년회는 한국에서 함께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생활을 했던 분들과 이곳에서 활동하는 한인 지도자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낯선 이국땅에서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시절인지라 한 분, 한 분 건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마웠다. 그동안 두 분은 세상을 떠났고, 한 분은 먼 곳으로 이사했다. 해마다 참석 인원이 줄어 서너 명이 모이더니, 팬데믹 이후로는 모임 자체가 없어졌다.

올해 필자는 중·고등학교 동문회와 대학 동문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몇몇 선후배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으며, 몇 분들과는 송년회 대신 새해에 만나 신년회를 하기로 했다.

그런 와중에 ‘한미택스포럼’의 초청을 받았다. 한미택스포럼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부동산 브로커와 에이전트, 에스크로 컴퍼니를 비롯해 각종 택스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창립할 당시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분들과의 친분으로 몇 차례 모임에 참석했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몇 분과는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텍스 관련 일을 하지 않으면서 참석하는 것이 다른 참석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해서 망설였으나 타운뉴스 신사옥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분들과 지인 몇 분이 꼭 참석하라고 해서 염치불구하고 달려갔다.

오랜만에 많은 분들과 만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역시 사람은 모여서 즐기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다. 오랜만에 만난 몇 분과 밀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식사시간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맛나게 먹고 나니 진행자가 앞으로 나와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모든 모임이 그렇듯이 진행자에 따라 그 즐거움의 정도는 많이 달라진다. 경험이 많고 다방면에 학식과 지식이 풍부한 사회자의 능숙한 진행으로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유쾌한 응접실이 되었다. 한참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즐거웠던지 그 다음날까지 즐거운 마음이 계속되었다. 하루의 시작은 오늘 아침이 아니라 어제 저녁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논리라면 새해, 2023년의 시작은 2023년 1월 1일이 아니다. 2022년의 마지막 한 주, 소중한 이 한 주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2023년을 어떻게 시작하는 것인가로 직결되는 셈이다. 어떻게 2022년의 남은 한 주를 보내야 2023년으로 좋은 연결이 될 것인가?

내 책상에 두 권이 책이 있다. 읽으려고 펼쳤으나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덮어둔 책들이다. 한 권은 큰딸의 베스트 프렌드가 작년 봄에 내게 선물한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으로, 책을 쓸 당시 현직 부장판사였던 문유석 작가가 대한민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토로한 책이다. 책을 선물한 딸 친구에게 다 읽은 후 독후감을 써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 권은 제목과 작가 이름만 보고 구입한 책으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외면일기』이다. 내면의 고찰을 통한 글이 아니고 생활 속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세세히 풀어 놓았기 때문에 책의 제목을 『외면일기』라 정했다고 한다.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일들, 여행 중 일어났던 세세한 일들, 운명의 모진 타격, 흐뭇한 일 등을 세세히 관찰해서 기록해 엮은 책이다.

심오한 철학 서적도 아니요, 그렇다고 따분한 신세타령이나 늘어놓은 책도 아닌데 이 책들을 읽다가 중단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사실 집에도 읽다가 중간에 집어 던진 책이 한 권 있기는 하다. 인도 작가가 쓴 책인데 이 책은 황당무계하고 터무니없는 얘기를 시종일관 늘어놓고 있다. 그렇다고 무언가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흥미 있는 일이나 사건을 보여주지도 않아 읽는 내내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끝까지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책 두 권은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으며 살짝 재미도 얹어 주고 있으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2022년의 마지막 한 주일을 이 두 권의 책과 보낼 생각이다. 책을 읽으며 맞이할 새해의 태양은 분명히 더 붉고 찬란할 것이다.

여러분 모두 남은 한 주일을 보람차게 보내고, 2023년의 시작을 멋지게 펼치기 바란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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