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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표
04/23/18  

LA에 살다가 은퇴한 친구가 몇 달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제주에서 한 달 있다가 지금은 남해를 거쳐 서해를 여행 중이라면서 소식을 전했다.

 

‘지금 나라가 발칵 뒤집혀서 여행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겠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자‘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TV와 신문을 보지 않고 있다면서‘편하게 살자.’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살 생각으로 살 곳을 찾고 있었는데 그냥 LA에 살기로 마음을 정했다고도 했다.

  

11월 8일 미국 선거에 투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다. 30년 넘게 미국 살면서 단 한 번도 투표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면서‘관심조차 없다. 선거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내게 되물었다.

 
이번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국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보도가 있었다. 힐러리와 트럼프, 두 사람이 과거 행적을 들춰내며 상호간에 퍼붓는 비방과 날 세운 발언들을 보면서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들었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 사는 한인들은 최순실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11월 8일 선거가 끝나면 미국인들은 더 이상 스트레스는 받지 않겠지만 한인들은 계속 힘든 시기를 보낼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친구는 전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 보였다.

  

이 친구처럼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투표조차 하지 않는 한인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은퇴 후에 받게 되는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할까봐 시민권은 받았지만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표는 우리의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선거에서만 해도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아주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사는 도시나 카운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민발의안만 해도 십여 개가 넘는다. 모든 발의안이 우리의 실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마리화나 합법화’나‘담뱃세 인상’,‘학교 시설 공채안’등과 같이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찮다고, 나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누구의 손해인가? 자신의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대통령을 잘못 뽑아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가? 이 보다 더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K스포츠에 대한민국 유명 기업들이 거금을 쏟아 부었다. 두 단체 설립과정과 기업들에서 걷은 막대한 금액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과 부실한 학사관리, 급기야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에서 막후 대통령으로 행세한 사실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점입가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타임즈는 28일 최순실을‘무속인(Shaman)’이라고 표현했다. 무속인 최씨가 한국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을 고쳤고, 대통령이 특정한 날에 입을 의상과 그 옷의 색상을 정하고 관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박근혜 정권 뒤에는‘어둠의 충고자’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 언론들이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편집한다고 보도했을 때 청와대는‘말도 안 된다’며 잘랐다. 그러나 JTBC가 버려진 최순실씨 소유 태블릿 PC를 찾아 증거로 제시하자 대통령은 잘못되었음을 사과했고 수석비서관들에게 사표제출을 명령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절대 권력의 폐해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 앞에 아무도 바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잘라 버리고 달콤한 말로 비위를 맞추는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입법·사법·행정체제가 놀아났다. 이 비극을 청산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정치를 개선해야 한다. 정치를 개선하는 주체는 바로 국민들이다. 국민들의 바른 투표권 행사만이 새 정치의 문을 열 수 있다.

  

이제 열흘 후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확정된다. 또, 주민발의안 통과여부도 결정된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나’다. 내가 투표소를 찾든 찾지 않든 간에 결정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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