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입원, 병원에서 새해를 맞다
01/03/23  

어쩌다 입원, 병원에서 새해를 맞다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의 시작을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틀 전 갑자기 오른쪽 귀가 솜을 틀어막은 것처럼 먹먹하게 들려 어제 병원을 찾았는데 결국 돌발성 난청 판정으로 입원하여 병원에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다. 사지가 멀쩡한데 꼼짝없이 주삿바늘을 꽂은 채 5박 6일을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입원 첫날 각종 검사를 실시했지만 명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원인 미상의 병들은 모두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분류된다. 

끔찍하다면 끔찍한 일이었다. 집에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셋이나 있는데 연말연시를 맞아 미리 세워놓은 선약과 계획들도 줄줄이 있는데 입원이라니! 통원 치료는 불가하냐고 물었더니 돌발성 난청은 고농도 스테로이드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수시로 관찰할 수 있는 입원 치료가 원칙이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 안정이 꼭 필요한데 집에서 그렇게 쉴 수가 있겠냐고 반문하셨다. 쉬긴 뭘 쉬어…... 당연히 안되지. 엄마 아프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엄마가 눈에 덜 보이니 신나서 까부는 게 아이들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입원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기도 했다. 어차피 남편이 30일 금요일은 휴가이고 1월 2일 월요일도 회사 휴일이니 하루 정도만 휴가나 재택을 신청하면 충분히 내 대신 아이들을 돌 볼 수 있다. 연말이기 때문에 입원 환자도 많지 않아서 병실도 여유가 있고 병원 검사실도 한적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병원 생활이 분명 조금은 더 수월할 것이다. 

그래,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아니 즐길 자신까진 없지만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사두고 못 읽은 책도 끝내고 평소 써보고 싶었던 주제로 글도 좀 써보고 나름 어떤 방해 없이 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5인실 병실에 나까지 네 명이 있었는데 오늘 두 명이 퇴원을 했다. 내일이면 올해 마지막날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퇴원을 서두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병실마다 환자가 많지 않다. 아예 빈 병실도 여럿 보인다. 병원은 결코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곳이 아니니깐. 

우리 병실에 다른 환자는 내 침대 맞은편에 할머니 환자로 남편이 보호자로 상주하고 계신다. 코골이, 기침, 가래 뱉는 소리로 어젯밤 나를 뜬 눈으로 밤을 새우게 하신 분들이기도 하다. 바로 지금 그 두 분의 대화 내용은 이렇다. 

할머니 "병실은 이렇게 조용한데…... 짭짭짭짭"
할아버지 "시끄러우면 안 되지. 쩝쩝쩝쩝"
할머니 "커어어 억(트림)"
노부부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과자 먹는 소리가 온 병실에 울려 퍼진다. 내가 조용히 있으니 두 분은 병실이 조용하다 하시겠지만 나는 엄청 시끄럽다고요! 

또 병실 밖 복도에서는 환자의 아들로 추측되는 보호자가 의료진 한 명을 세워두고 30분째 설교를 늘어놓고 있다. 굉장히 점잖고 논리적이게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결국 너는 잘못했고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언짢으니 제대로 사과하라는 소리다. 와…... 근무 중인 사람을 다른 일도 못하게 하고 저리 오래 붙잡아두는 것은 진짜 아니지 않나…... 대화를 통해서 본인은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을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별로 소득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우리 병실 앞이라 나는 시끄럽다고요. 

그 설교가 거의 끝나갈 때쯤 간식 먹던 노부부가 깊은 잠에 빠져드신 모양이다. 두 분이 번갈아가며 울트라 사운드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하... 정말 특별하다 못해 extraordinary한 연말연시이다. 아마도 평생 기억될 순간이 될 것 같다. 커튼 쳐진 베드에 앉아 끊임없이 어르신들의 코골이, 트림, 기침, 가래 뱉는 소리를 듣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이렇게 나는 2023년 새해를 맞는다. 

추신 - 타운뉴스 독자 여러분, 2023년 계묘년에는 소망하는 일들 모두 이루시고 늘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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