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와 한반도 평화
01/17/23  

지난 9일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향후 10년 동안 국제사회에 벌어질 상황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의 대상은 미국과 유럽 등 30개국에서 활동하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167명이었다.

이 발표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핵무장 국가가 늘어나면서 핵위기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핵보유국이 아닌 나라들 가운데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이란(68%)이 꼽혔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32%), 한국(19%), 일본(14%)도 핵무장 가능성이 거론됐다.

1968년 7월1일 유엔에서 채택한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옛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5개국이었다. 이는 1970년 3월5일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개념이다. NPT는 1967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이 시점 이전에 핵무기를 제조하여 실험한 국가를 ‘핵무기 보유국’으로 그렇지 않은 국가를 ‘핵무기 비보유국’으로 구분해 더 이상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해 체결된 조약이다. 이 ‘핵무기 보유국’들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2023년 1월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핵 보유 5개국 외에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란 ‘핵 불능화 상태에 대한 요구’를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는 것이고,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국제사회가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을 완전히 폐기하라는 국제적인 압력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이런 지위(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이란과 북한은 온힘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란과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핵실험을 할 때마다 유엔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1985년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제조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NPT에 서명하고 가입(대한민국은 1975년 가입)한 반면, 인도, 파키스탄은 애초에 NPT 가입을 거부했으며,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견디면서 핵무기 제조 권리를 지켰기 때문에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소련으로부터 원전 기술을 도입하는 대가로 소련의 권유에 따라 NPT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반발해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경수로를 제공받기로 한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로 NPT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다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문제로 인해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면서 북한은 2003년 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유엔은 북한의 NPT 탈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유엔이 북한의 NPT 탈퇴를 인정하게 되면 북한에 제재를 가할 근거가 사라진다. 또 한 나라라도 탈퇴를 인정해준다면 탈퇴 도미노를 일으켜 NPT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 , 인도, 파키스탄과 달리, NPT 체제 안에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풀어야할 주요 과제가 되었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의 핵 개발은 왜 안 되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임은 물론 동북아시아 내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를 묵인하지 않을 것임이 확실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부와 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김정은이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지시한 직후에 이 같이 언급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남북문제에 있어서 줄곧 북한에 양보만 한 것이 결국 북한의 군사력 증강으로 귀결됐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아울러 국제사회의 반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사실상 한국과 일본은 이론적으로 핵무기의 독자 개발,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사회의 제재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대한민국에서 실제 핵 개발이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 상호간에 힘의 균형이 잘 맞추어져 있을 때 혹은, 한국이 북한보다 우월한 힘을 보유하고 있을 때 보장된다는 사실이다. 그 힘은 단순히 핵무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탄탄한 힘을 갖춰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때 나오는 것이다.

한반도는 물론이고 지구촌 어디에서도 핵무기의 사용은 안 된다. 핵무기의 사용은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뿐이다. 인류 공존을 위해서는 평화가 필수적이다. 침략과 약탈이 아닌 평화와 번영이 함께하는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서 핵무기를 통한 군사력 증강보다 배려와 존중을 담은 대화가 필요하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위해 대화하며 사는 법이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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