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마다 다시 시작
01/17/23  

새해가 되면 헬스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내가 주 2회 다니는 필라테스 센터도 요즘 사전 예약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회원이 늘었다. 나도 예외 없이 1월이 되자마자 운동을 늘리고 건강한 식단을 도모하는 등 건강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님은 노년이 되어 ‘호미’라는 작품에서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이런 글귀가 공감되기 시작하는 걸 보니 나도 건강을 돌봐야 하는 나이가 되긴 한 모양이다.

20대 때 결혼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건강검진을 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20대 미혼녀가 특별한 증상도 없이 건강검진을 하는 일이 흔치 않았지만 나는 웬일인지 결혼 전에 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참고로 그 당시 나는 평소에 전혀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 걸핏하면 술을 마셨고 삼시 세끼 제시간에 챙겨 먹는 법도 없었고 일하면서 놀면서 연애까지 하느라 수면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건강보조 식품은커녕 몸에 좋다는 음식은 맛없다며 기피했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때 비수면으로 위내시경을 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건강 검진 결과는 모든 것이 정상. 그 검진에서 뜻밖에 수확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내 혈액형을 제대로 알게 된 것뿐이었다. 그 당시 내 몸은 나에게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 틀림없었다.

한국에 온 이후로는 남편 회사 지원을 받아 매년 건강 검진을 받고 있는데 심각하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매년 소소하게 뭔가가 발견된다. 이제 나름 운동도 하고 비타민, 홍삼, 유산균도 열심히 챙겨 먹고 식사량도 나름 신경 쓰고 아무리 귀찮아도 몸을 움직이려고 애를 쓰는데도 내 몸은 늙어간다. 슬슬 무서운 상전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실건실제(失健失諸),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라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정말 아파봐야만 안다.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살아도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지 않았던 20대 나에게 "건강이 제일이다."와 같은 말을 해봤자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않고 친구들과의 술 약속 자리에 나간다고 하면 할아버지께서 위장약을 챙겨주셨는데 그걸 먹는 것도 귀찮아서 슬그머니 두고 나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무서운 것이 건강이다. 작년에 유난히 주변 지인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그래서 나의 기도 제목은 온통 쾌유와 건강이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다한들 건강이 없으면 정말 그 무엇도 제대로 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된 건강 챙기기 프로젝트, 매해 만족할 만큼 성공적인 결과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것이 어디냐며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올해는 혼자가 아니라 친한 친구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계획한 것들을 실행 중인데 그 결과가 어떨지는 나도 예측하기 어렵다. 아무쪼록 이번 건강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는 나와 친구들이 조금은 더 건강한 몸과 마음에 가까워져 있었으면 좋겠다.

저처럼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짐과 함께 운동을 시작한 분들이 계시다면, 반가운 마음과 응원의 하이파이브를 보냅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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