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What?
04/23/18  

“힐러리가 될까요? 트럼프가 될까요?”미국에서 온 사람의 얘기를 듣고 싶었으리라. 11월 초,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 당연히 필자가 힐러리라고 답할 거라 짐작하면서.“설마 트럼프가 되겠어요?”질문과 동시에 스스로 답을 했다. 즉, 사람들 대부분은 자문자답하고 있었다. 간혹 필자의 얘기를 진정으로 듣고 싶어 하는 몇몇 사람들에게‘트럼프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하면서 그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으로 말은 하면서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투표인단 득표수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었다. 국민들 전체 득표수에서는 힐러리가 앞섰으나 이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16년 전 부시처럼 트럼프의 당선도 미국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투표인단의 수로 판가름하는 독특한 선거 방식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축하 전화를 걸었다. 힐러리 역시 트럼프를 우리의 대통령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명문 대학인 유씨버클리와 유씨엘에이 등의 학생들이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라며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반 트럼프 시위대는 LA, 뉴욕,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시카고, 시애틀, 앨버쿠키 등 많은 도시들에서 거리로 나와 행진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난리들이다. 한국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한미 FTA 재협상 압박 등 트럼프 시대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여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모두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럴 만하다. 모두 힐러리가 당선될 것으로 믿고 트럼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트럼프는 캠페인 내내 선동적인 공약과 인종 갈등, 그리고 성 차별과 같은 선정적 발언을 예사로 했다. 정치 경력이 미미한 그가 내건 공약은 즉흥적이고 시대 역행적인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인륜을 거슬릴 정도의 비윤리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자본가의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자본가들을 비난하는 모순적 행동을 했으며,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편견에 치우친 인종정책을 꾸밈없이 들어내며 특정국에서 온 이민자들을 맹비난했다. 이러한 그의 외침은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지성인들과 언론은 그를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 정치의 이단아였고, 선동가였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다.

  

과연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우선 트럼프는 연방대법원에 보수적인 성향의 판사를 임명할 것이다. 오바마케어를 전면 중단할 것이다. 또한 강경한 이민정책을 추구하며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 철저한 보호 무역정책, 자국 위주의 고립주의적 대외 정책을 펼칠 것이다. 이로 인해 Brexit에 버금가는 충격으로 온 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과 교류하고 있는 국가들은 앞으로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0여 년간 유럽을 지배하는 안보질서로 자리매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은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가‘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나토 동맹 무용론’을 주창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부유한 나토 회원국의 안보를 위해 수천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라는 최소 납부기준도 지키지 않은 채 미국의 안전보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국은 나토 방위비의 3분의 2가량을 분담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러시아가 발트해 나토 회원국을 침략할 경우“해당 국가가 미국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판단한 후에 원조를 결정할 것”이라며 집단안보 원칙 자체를 부정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긍정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실현된다면 세계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불확실하고, 정책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정책의 강도 및 시기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내의 안정과 안보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 수뇌부들이 트럼프를 견제하는 한 그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취임 후 핵심공약을 구체화,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의회와의 협력과 조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급격한 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약이 실제로 현실에 적용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