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그라
04/23/18  

버켓리스트 중의 하나를 내년에 실행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한국의 모 대학교수이다.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단지 그의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는 모토사이클(오토바이)을 타고 다닌다. 중고 요트를 사서 직접 수리해서 바다를 항해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그가 히말라야 등정에 관한 글을 올려놓았다. 아마 언젠가는 히말라야에 가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밝히기 위해서였을 거다. 그 글을 읽으며 히말라야 등정, 정상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베이스캠프까지는 가자고 적어 놓았던 나의 버켓리스트가 떠올라 더 나이 들기 전에 떠나기로 했다.

  

여기저기 조사하던 중에 내년 1월 중순에 한국에서 출발하는 팀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일정에 맞춰 이곳에서 출발해서 합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록에 의하면 1월이 가장 춥고 눈이 많이 올 때이다. 짐은 셀파들이 지고 가기 때문에 무거운 짐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여러 사람들이 올린 글을 읽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고산지대를 열흘 가까이 걷기 때문에 고산병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며 고산병의 특효약이 바이아그라라는 것이었다. 바이아그라는 남성들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줄로만 알았는데 고산병에도 효험이 있다니 신기했다. 7~8년 전에 마운틴 위트니에 갔다가 고산병 증세를 경험했던지라 꼭 준비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처방이 필요한 약인지라 의사에게 처방전을 부탁해야 하는데, 멋쩍게 생각되어 주저하게 되었다.

  

고심 끝에 가든그로브에서 개업의로 일하고 있는 고교 선배를 찾았다. 오랜만에 나타나서 단도직입적으로 바이아그라를 처방해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것저것 평소에 나타나던 몇 가지 증세를 얘기하니 선배도 겪고 있는 일이라며 그저 늙고 있다는 작은 증상에 불과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망설이다가 선배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히말라야에 간다고 하니 선배는 왜 그런 짓을 하냐며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다. 정상이 아니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만 갔다 온다고 했으나 그것도 무리라며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바이아그라가 고산병에 특효가 있는 줄 모르겠다며 커다란 책을 들고 왔다.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바이아그라가 고산병에 쓰인다는 내용이 있다며 처방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아그라 100밀리그램이나 씨알리스 200밀리그램 값이 같아 씨알리스를 사서 반 알씩 먹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씨알리스 200밀리그램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까 고산증에 먹는 다른 약이 있다며 그 처방전도 써주겠다고 했다. 두 개의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갔다.

  

앞에 나와 있던 젊은 여자 약사는 처방전을 들여다보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뒤에 앉아 있던 남자 약사에게 처방전을 건네주었다. 남자 약사가 빙긋이 웃으며 쳐다봤다. 얼른“히말라야에 가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제야 약사는“아 그러시군요.”하며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한 처방전에 있는 약품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5달러만 내면 되지만 다른 처방전에 있는 씨알리스는 꽤 비싼데 구입하겠느냐고 물었다. 얼마냐고 물으니 57달러란다. 너무 비쌌다.

  

약사는 주문한 다른 약을 주면서, 원래는 안압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으로 고산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지만 어지럼증, 빈뇨, 손발 떨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서 복용하라고 말했다. 부작용이 심하다는 약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후 한국 방문 길에 병원을 찾았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 바이아그라를 구입했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바이아그라 논쟁이 뜨겁다. 청와대가 구입한 의약품에 바이아그라 등 남성발기부전 치료제가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바이아그라는 고산병 치료제이기도 하다.”며“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시 수행단의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모습이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약품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보다 6개월이나 빨리 구입한 것, 또 다른 고산병 치료용 약품도 함께 구입한 것으로 미루어 바이아그라 구입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가담항설(街談巷說), 길거리나 세상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바이아그라와 관련한 논쟁은 가담항설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바이아그라는 남성 성기능 강화를 위해서도 사용되지만 고산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도 사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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