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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는 대체 누구인가?
02/20/23  

"MZ 세대라서 그렇잖아~", "MZ랑 일하기 너무 힘들어.", "MZ들은 자기밖에 몰라." 이제 가정에서는 가장이고 사회에서는 과장급인 지인들이 하나같이 MZ 세대와의 애로 사항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MZ 세대인 일부 교사들은 졸업 앨범에 본인의 사진이 들어가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MZ들 덕분에 회식 문화는 점점 사라질 것이며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는 직장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MZ세대 신입사원을 하루 종일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남과는 제대로 소통할 줄 모르며 예의와 개념은 쌈 싸 먹은 안하무인으로 묘사되던데 정말 MZ들은 누구란 말인가? 


MZ세대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MZ를 낱낱이 파헤쳤다는 책들이 서점을 가득 메우고, 기업들은 열심히 MZ 들을 연구하고 분석한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바로 "MZ세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야말로 MZ세대라는 용어가 사회를 장악했다. 그런데 솔직히 조금 지겹다. 내가 MZ가 아니라 그런가? 


우선 정의를 찾아봤다. MZ 세대는 1980년대 초 ~ 1990년대 중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 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80년대 초반이면 2000년대의 자녀를 둔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연령 아닌가? 무려 8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30여 년의 구간을 한꺼번에 묶어둔 것만 봐도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랄까? 기성세대가 요즘 젊은것들을 세세하게 분류하기 귀찮아서 그냥 뭉뚱그려 MZ라고 불러버리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1/3이 MZ세대라고 한다. 그래서 다들 그 난리인 건가? 


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MZ들은 자기중심적이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SNS로 가치관을 표현하고 불필요한 소통(회식, 전화 통화 등)을 싫어한다"라고 하던데 정말 그들이 그렇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예나 지금이나 (분명 선사시대나 삼국시대에도) 언제나 기성세대들은 ‘버르장머리 없는 요즘 젊은것들’을 보며 "쯧쯧쯧" 혀를 차고 손가락질해 왔고 MZ 세대는 바로 그 "요즘 젊은것들"을 조금 고상하게 부르는 용어가 아닐까 싶다. 


하긴 요즘 젊은것들도 베이비 부머와 386세대를 대충 묶어서 "꼰대"라고 부르지 않나? 한술 더 떠 X세대들은 젊은 꼰대라고 부르며 더 꼴 보기 싫어한다는 소리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이거 뭐 기업이나 사회에서 연령과 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그 그룹마다 명칭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그 명칭을 부정적으로 일반화하고 혐오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세대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꼰대들의 라떼는 너무 지겨워" "MZ들의 개인주의는 선을 넘는다"처럼 말이다. 원래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과거를 추억하고 왕년의 나를 떠올리기 좋아하건만 그게 그렇게 못 봐줄 정도인가? 나는 우리 할아버지의 6.25 전쟁 이야기, 우리 엄마의 백록담을 썰매 타고 내려간 이야기도 다 너무 흥미롭던데? 그리고 요즘 젊은것들은 지밖에 모른다는 게 뭐 어제오늘 일인가? 그때라도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열중하며 살아본다면 그나마 다행 아닌가? 여러 연령대가 어우러져 사는 것이 세상이다. 가끔 세대 차이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각자 나이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무슨 대단히 큰 잘못이라도 하는 것처럼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MZ 세대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래퍼이자 유튜버인 이영지는 어느 토크쇼에 출연해서 "MZ 세대라는 말은 알파벳 계보를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 싶어요. MZ 세대는 자신이 MZ 세대인 걸 전혀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X세대라고 일컫는 연령대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 당시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X세대"라고 생각하거나 소개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세월이 흘러 지금에서야 "그때 우리가 X세대였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 당시 X세대도 상당히 문제가 많은 세대로 손가락질을 당했었다. 기성세대에 무조건 반기를 든다며 싸가지 없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을걸? 그런데 뭐 이제 다들 젊잖게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배기바지(와이드팬츠)와 배꼽티(크롭티)는 원래 우리 거였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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