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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공원의 한인 체조팀
02/27/23  

매일 아침 친구와 함께 풀러턴시와 부에나파크시에 걸쳐있는 Ralph B, Clark Regional Park에서 만나 체조를 하고 있다. 체조를 시작한 지는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약 4년 전, 우리가 처음 그 공원을 찾았을 때는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매일 같은 시간에 그 공원에서 만나 함께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산책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만나 걷던 중, 많은 사람들이 공원 한가운데에 모여 맨손 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 ‘무슨 사람들인가?’ 궁금해 하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한인들이 모여 체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는 우리도 참여하자고 했다. 망설임 없이 우리는 체조팀에 합류했다. 체조팀은 약 50명에서 70여 명이 모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회 같은 장소에서 체조를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인들은 그 공원에서 24년째 체조를 해 오고 있었다.

맨손 체조는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할 수 있으며 운동량을 조절할 수도 있어 참여자들이 각자 자기 체력에 맞춰 적당한 만큼 할 수 있다. 맨손 체조는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고, 근육의 탄력성과 관절의 가동성을 높여 유연성 향상에 도움이 되어 준비 운동이나 보강 운동, 정리 운동 등에 사용된다.

공원에서 하는 체조는 손, 목, 팔다리, 무릎 등의 부위별 운동을 하면서 전신 운동과 적절히 혼합하여 일정한 순서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 신체 각 부위의 관절과 근육을 고르게 움직여 줌으로써 신체의 활동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체조팀에 들어가 함께 체조를 하다 보니 생일을 맞은 팀원이 아침을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도 한 팀원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공원 근처에 있는 한 식당으로 모이라고 했다. 친구와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테이블을 함께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체조하는 분들 가운데 20여 명이 목사라고 했다. 우리 테이블에도 내 친구를 포함해서 세 분이 목사였다. 그리고 한 분은 장로였다.

어느 날은 체조팀의 목사님들 가운데 한 분이 나와 친구에게 아침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목사님 부부와 몇몇 분들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그날 식사 자리에서 우리를 초대한 목사님은 우리와 함께 농담을 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위와 위엄에 찬 목사님들을 많이 보아 왔던지라 그 모습이 살짝 낯설면서도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그날 아침 식사를 같이 한 사람들의 친밀감은 더욱 두터워졌다.

매일 체조를 30분씩 하다 보니 몸이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놀라운 것은 두 분의 체조 인도자 중 한 분은 85세, 다른 한 분은 82세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두 분 다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가 있고 힘이 있다. 어느 동작에서도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다.

지난 주, 두 분 중에 한 분이 “지난 24년 동안 앞에서 인도하던 두 분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 우리가 맡게 되었다”면서 “체조 순서를 잘 익혀 두었다가 때가 되면 앞에 서서 인도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친구는 기꺼이 그 뜻을 받겠다고 했다. 그 다음날 친구는 체조 순서가 적힌 교본을 전달 받았고 본격적으로 순서 익히기에 돌입했다.

친구와 나는 20여 년 전에 다른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됐다. 만난 직후부터 약 3년 동안 주말이면 함께 산을 오르내리다가, 한때는 의기투합해 깨달음을 얻겠다며 일주일에 두 번씩 수련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친구는 예수를 만나 깨달음을 얻었다며 신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친구는 지금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해외 선교까지 하면서 교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

친구는 진솔한 성품으로 무엇이든 성실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또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큰 사람이다. 아울러 평소 남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것이 생활화 되었으며, 본래 무술고단자인지라 누구보다 맨손 체조를 잘 익혀 체조팀을 원만하게 이끌어 갈 것이다.

우리 한인 체조팀이 영원하기를 기도한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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