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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30년
03/20/23  

3월 3일은 미국으로 이주한 지 만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30년 전 그날 LA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은 중학교 동창생이었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LA에 정착할 수 있었다. 친구는 지금도 물심양면으로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친구는 오렌지카운티 영락교회 장로로 봉직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충직한 기독교 신자다. 그는 내가 만난 기독교인 중 가장 훌륭한 믿음과 실천의 사도이다.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어떤 결정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친구와 의논한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으로 진학하기 전, 크리스마스 무렵, 친한 친구들 몇이 친구 집에 모였다. 그날 평생 친구로 서로 아끼며 우애 있게 살자고 촛불을 켜놓고 다짐했다. 그 중에 1명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고, 1명은 연락두절이고, 1명은 한국에 살고 있고, 4명이 미국에 살고 있다. 그것도 LA 인근에. 그 4명 중에 미국으로 제일 먼저 이주한 1명이 나머지 친구들의 미국 정착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친구가 30년 전 LA 공항에 마중 나온 친구다. 친구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친구에게 연락하고 의논한다. 그때마다 친구는 만사를 젖혀두고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 친구는 전화를 받자마자 만나자고 한다. 친구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친구가 어떤 해결책을 따로 제시하지 않아도 얘기하다 보면 저절로 해결되기도 한다. 또, 친구가 자신의 근황을 얘기하는 동안 듣고 있다 보면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고,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미국 와서 처음 한 사업은 가드닝 비즈니스였다. 남이 하는 것을 한 달 매출의 3 배를 주고 샀다. 이때도 친구의 조언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당시 5~6배에 거래할 때인데 3배를 주고 살 수 있었던 것도 친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가드닝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디나와 애나하임 두 곳의 학원을 인수했고, 비디오 스토어 등도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물론 직접 가드닝 일을 하지 않고 헬퍼를 시키고 경영만 했고, 학원도 강사들을 두고 운영했고, 비디오 스토어도 헬퍼들이 있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여야 했다. 특히 비디오 스토어는 남들이 노는 연휴에 바쁘다 보니 연중무휴로 일해야 했다.

시작하고 1-2년 사이에 가드닝 비즈니스, 학원 등을 정리했고, 비디오 스토어도 5년 뒤에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큰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어 알아보던 중 라디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가 라디오 방송국 사장의 권유로 아나운서 일을 하지 않고 광고국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04년 타운뉴스를 인수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미국 생활 30년을 돌이켜보면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도 일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봉사할 수 있었던 단체는 ‘한인가정상담소’였다. 당시 소장이었던 장수경 박사의 권유로 이사로 7년 정도 봉사했다. 내가 봉사하는 동안 소장이 세 번 바뀌었다. 그리고 성토마스 한국학교 교장으로 8년 봉사한 바 있으며, Mt. San Gorgonio에서 레인저로 10여 년 봉사했던 일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라미라다 시의 감사로 2년, 플래닝 커미셔너로 2년 봉사하면서 우리 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공부할 수 있었다. 끝으로 지금 노르워크 시의 시장으로 있는-당시 교육위원이었던- 아나 발렌시아의 추천으로 ‘노르워크 라미라다 교육위원회’ 감사로 4년간 봉사한 바 있다.

2년 전 모든 봉사직을 내려놓고 타운뉴스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가판대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신문이 부족한 곳에 채워 놓는 일을 즐기고 있다. 물론 일주일에 한 편 쓰는 ‘타운뉴스 칼럼’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고 기쁨을 주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한밤중에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낮에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하늘이 뚫린 듯 퍼붓고 있었다. 눈 한 번 깜박하고 나니 30년이 훌쩍 가버렸다. 한바탕 꿈처럼. 하지만 인생은 결코 꿈은 아니다. 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의식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꾸는 일도, 그 내용도 내가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은 다분히 살아가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그 모습도 달라지지 않는가.

앞으로도 밝고 건강한 신문, ‘타운뉴스’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오늘이 있도록 큰 도움을 준 독자 여러분과 친구, 친지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오광훈 장로에게 두 손을 번쩍 들어 사랑을 전한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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