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한 당신
04/23/18  

몇 해 전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남편은 타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대략 1년을 떨어져 지냈는데 혼자서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이 녹녹치 않았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고 분명 주위에 나를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있었지만 함께 가정을 꾸려나가던 파트너의 부재는 꽤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 계절의 차가운 공기와 그 공기가 갖고있는 향기, 옷을 갈아입은 나무와 드높은 하늘은 점점 메말라가는 서른 중반의 아줌마를 센티멘털한 인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일까?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주제도 안 되고 능력도 안 되는 사람에게 엄청난 감투를 씌워준 것처럼 하루하루가 몹시 버겁고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모두 재운 까만 밤, 남편으로부터 화상 전화라도 걸려오면 촉촉한 눈과 붉은 눈시울을 들킬까 싶어 피곤하다는 핑계로 화상 전화 거절 버튼을 누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했는데 연세 지긋한 할머니께서 세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나를 한참 지켜보시더니 내게 와서 빙그레 미소 지으며 건넨 말,
“You are an amazing mom and I hope you hear that all the time.”
그 말이 한참동안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며 가며 얼굴 몇 번 마주쳤을 뿐인데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쩔쩔 매는 모습이 눈에 밟히셨는지 고맙게도 일부러 두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어메이징 맘’이라는 찬사를 해주시는데 어째서 눈물이 핑 도는 것일까요.

자신이 만족스러울 만큼 내 어깨가 으쓱할 만큼 무엇을 잘하고 있을 때 받는 당연한 칭찬이 아니여서일까, 발 동동, 붉게 상기된 얼굴을 들킨 것 같아서일까 지금 내게 꼭 필요한 한 마디였던 것일까.
할머니의 한 마디는 내 가슴속에 진한 여운을 남기며 오래도록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말은 마치 어떤 주문이나 기도처럼 마음속에 자리잡더니 실제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네받기도 했지요. 그 후 아이가 하나 더 늘어 넷이 되었고 슈퍼맘이라는 호칭도 덤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유난히 고단한 하루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거나 자신이 한심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어디를 향해서.
평생 물어도 명확한 답이 없을 고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필요한건“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라는 단 한마디일지 모릅니다. 그 말 한마디면 우리는 또 흔들린 마음을 추스르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이 얼마나‘어메이징한 사람’인지 속삭여 주어야겠습니다.

“어메이징한 당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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