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Bridges
04/23/18  

주말에 Volunteer Ranger 교육이 Mill Creek Ranger Station에서 있었다. 자기가 맡은 임무가 무엇이든 모든 레인저들이 받아야 하는 Building Bridges라는 이름의 교육이다.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는 의미로, 내용은 산을 찾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즉, 대민봉사에 관한 것이다.

 
참석자 명단에 도착시간을 적고 사인을 마치자 진행요원이 테이블에 놓인 여러 가지 물건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갖고 있으라고 했다.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소개를 마친 뒤에는 자신이 고른 물건에 관하여 이야기를 했다. 돌을 주운사람, 새의 깃털을 든 사람, 솔방울을 선택한 사람, 솔잎을 고른 사람......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에 어떻게 그리들 의미를 잘 갖다 붙이는지 청산유수였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한 후 고른 물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9년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가 이것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내게 주셨다. 그래서 이 물건을 보는 순간, 어머
니가 생각났다. 우리는 이것을 기도할 때 사용한다.”이렇게 말한 후 반야심경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 밀다시 조견오온 개공도 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적당한 곳에서 멈추고“이렇게 경을 한 번 낭송할 때 마다 한 알씩 돌려가며 카운트한다. 즉 이건 기도 횟수를 카운트하는 wristband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나무열매를 구슬처럼 실에 꿰어 놓은 그 물건은 염주와 모양새가 흡사했다.

  

점심시간에 한 사람이 다가와 아까 그 노래 좀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어서 내가 골랐던 물건의 주인이 오더니‘네 얘기를 감명 깊게 들었다’며 왼손을 내밀라고 하더니 설명을 마치고 반납했던 염주처럼 생긴 물건을 팔에 끼워주었다. 하와이 여행 중에 산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 시간이 되면 아까 부른 노래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경을 읊었는데 노래처럼 들렸다니 신기했다.

  

또 한 사람이 내게로 다가와 자신은 란초쿠카몽가에 산다면서 그곳에 제법 많은 한인들이 사는데 자기가 만난 모든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 않는다면서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 영어를 할 줄 모른다면서 대화하기를 기피한다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한 사람이 트레일에서 무리를 지어 산행하는 한국인들을 만나서 말을 걸면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정말 이상하다고 했다.

  

주중에 라미라다시가 생긴 이래 최초의 아시안계 시장이 된 에드 엥을 만났다. 그는 2015년 시의원이 된 후에 자신이 선거 기간 중에 내세웠던 공약을 모두 알차게 시행했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시정 참여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각종 시의 행사나 주민들에게 필요한 모임 등에 한국 사람들은 전혀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라미라다시에는 월남, 중국, 필리핀, 이디오피아 모임까지 시정 참여를 위해 조직됐고 활성화 되어 있는데 한국인들의 모임만 없다고도 했다. 그는 한인들 가운데 시정에 관심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으며 시의원에 입후보해서 가가호호 방문하며 선거 운동을 할 때도 한국 사람들은 모두 대화하기를 꺼려했다며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그럴까? 한국인들의 교육 수준은 그 어떤 나라 출신들보다 높다. 그러나 대부분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높은 학력에 비해 자기가 사용하는 영어는 초등학교 학생이나 유치원생 정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말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영어 울렁증은 더욱 심해지고, 그 결과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선 피하려는 생각부터 한다. 게다가 한국마켓에서 장보고, 한국 텔레비전에서 한국 드라마, 한국 뉴스, 한국 쇼를 하루 종일 볼수 있고, 한국 신문도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가 넘쳐나고......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않고도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으니 구태여 힘들여 영어를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오히려 한국에서 올 때 보다 더 영어 실력이 줄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이웃, 지역사회, 시의 각종 행사 등에 참여하고 Building Bridges와 같은 봉사활동을 하며 다양한 인종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영어 구사력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돌리고 피하려고만 든다면 영원히 이 사회의 일원이 아닌 이방인, 주변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영어를 못 한다고 부끄러워 하기 전에 손짓 발짓을 해서라도 의사소통을 하려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부딪혀 찾으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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