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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사고
04/23/18  

캐나다에서 산행에 나섰던 한인 등산객 다섯 명이 눈길을 걷다가 추락해 숨졌다. 눈이 덮여 평평한 길처럼 보이는 코니스(Cornice/벼랑 끝에 모자챙처럼 돌출한 눈으로 덮여 있는 층)를 밟아 그대로 추락한 것이었다.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하비산은 해발 1,652m로 밴쿠버에서 30분 거리에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사망자들은 정기적으로 산행을 즐길 만큼 베테랑 산악인들이었다. 밴쿠버 북부 지역은 지난 7일부터 눈사태 경보가 내린 상태였고 강풍과 폭설이 이어지는 등 기상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앞서 벤쿠버에 사는 지인들이 사고 소식을 알려 왔다. 그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과 함께 산행을 했거나 한 텐트에서 야영생활을 한 적이 있다며 울먹였다. 사고가 났던 코스에서 같은 날 산행하기로 했던 한 사람은 눈사태 경보를 듣고 당일 아침, 코스를 바꿨다고 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듣고도 왜 그 코스로 산행을 강행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숨진 다섯 사람이 모두 경험이 풍부한 산악인이라고 하지만 위험에서 벗어나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한 명도 살아남지 못 하고 다섯이 모두 사고를 당할 수가 있느냐며 의아해 했다. 맨 앞에 가던 사람이 빠지더라도 그 뒤에 가는 사람은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빠진 것을 보고 그대로 있을 사람은 없다. 서로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모두 다 빠졌을지도 모른다.

  

레인저 교육에서 언제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로부터 구조 요청이 있을 때, 우선시해야 할 것은 레인저 자신의 안전이라는 것이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가 본인마저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무전으로 본부에 상황을 알리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조건 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고 내 안전만을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가주에도 이름난 산들이 많다. 한인들이 특별히 많이 찾는 마운틴 발디(해발 3,068m)도 그중에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이 산은 한인들의 산행 사고가 잦은 산이다. 2004년 정초에는 한인 한 사람이 신년 산행에 나섰다가  미끄러져 사망했으며 지난 해 말에도 한인 여성이 실종되었다. 해마다 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혼자 주말 등산에 나섰던 70대의 한인 샘 김씨가 실종된 지 3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는 마운틴 발디를 700번 이상 등반했으며 LA 타임즈에도 소개되었던 유명 산악인이다. 올해는 마운틴 발디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아직도 쌓여 있다. 더구나 그가 오르던 주말에는 비가 내렸고 밤에는 기온마저 영하로 떨어졌다. 그가 어떻게 실종이 되었는지는 밝혀진바는 없지만 실종 후 발견될 때까지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생명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산악사고를 당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베테랑 산악인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자주 산을 찾다 보니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편안함에 방심이 끼어든 까닭인지 모른다. 절대로 산을 친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산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 처지를 생각해주지 않는다. 목숨은 하나뿐이고 산은 냉혹하다.

  

산을 오를 때는 언제나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기상정보, 산행코스,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서 자신의 체력에 맞는 충분한 계획을 세운다. 둘째, 각종 등산용품, 등산복, 휴대전화, 비상식량, 구급약품 등을 철저히 준비한다. 셋째, 단독산행은 피하며 2명 이상 함께 산행한다. 넷째, 겨울철은 다른 계절보다 고혈압, 협심증 등 심장질환 및 뇌졸중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지므로 산행 전 준비운동을 충분히 한다. 다섯째, 수시로 기상 정보를 파악하고 폭설 등 기상 악화 시 즉시 인근 대피소 등으로 안전하게 대피한다. 여섯째, 이렇게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조난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에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911에 신고하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지난 주말 있었던 산악사고는 모두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날씨가 산행하기에 부적합했으나 자신의 경험을 믿고 무모한 도전으로 귀중한 생명을 잃은 것이다. 산에서는 어떤 위험을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악천후가 예상될 때는 계획을 수정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안전하다. 산행중이라면 철수가 가장 현명한 조처일 수도 있다.

  

지난 주말 산에서 운명을 달리한 산악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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