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vs 아가씨
05/04/18  

아가씨-구십 프로는 결혼을 꿈꾸고 
아줌마-구십 프로는 이혼을 꿈꾼다.

아가씨-거리를 걸을 때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아줌마-다른 이쁜 여자들을 쳐다본다.

아가씨-힘들수록 소심해 지지만

아줌마-힘들수록 강해진다.

아가씨-뱃속의 허기로 밥을 먹지만 
아줌마-가슴속 허기로 밥을 먹는다.

아가씨-사람이 싫으면 타인을 버리지만

아줌마-사람이 싫으면 자신을 버린다.

아가씨-목욕탕에서 수건을 몸에 두르지만 
아줌마-목욕탕에서 수건을 머리에 두른다.

아가씨-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꼬지만 
아줌마-의자에 앉을 때 양쪽 다리를 올리고 양 반 다리로 앉는다.

아가씨-모임에서 서로“언니”,”언니”하지만 
아줌마-모임에서 서로“형님”,”형님”한다.

전부터 인터넷을 떠돌던 위의 글은 나에게“공 감”이라는 느낌 이전에 쓸쓸함으로 다가왔습니 다. 쇼윈도우에 비쳐진 내 모습보다는 다른 예쁜 여 자들 보기를 좋아하고, 가슴 속 허기를 밥으로 채 우면서 힘들수록 억척스러워지고 파마값을 아끼 며 이혼을 꿈꾸는 아줌마라니…… 뭐가 이렇게 궁 상맞고 쓸쓸하기만한지…… 이것이 정녕 이 시대 를 사는 아줌마의 모습인가 반문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글을 읽으며 일부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주 부로서 생활력이 강해지는 부분도 인정이 되나 지 금까지 나의 아줌마 체험 소감은 미스 때와 비교해 봐도 꽤나 즐거운 기억들입니다. 이제는 이 세상 둘 도없는 절친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버린 남편 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재미도 아가씨적 뭇남자들 의 흠모를 받았던 짜릿함보다 못하지 않고, 우리 닮은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할 때의 감격과 행복은 아줌마가 아닌 이상엔 논할 수가 없는 것이라 못박 고 싶을 정도입니다.

과연 엄마가 되고 나니 내 자신을 가꾸는 일은 전 보다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나 이 또한 아기를 통해 얻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나는 워킹맘이라 아이들과 하루종일 집에 있는 날이 많지 않지만 어 쩌다가 쉬는 날 집에 있다 보면 말로만 듣던‘바빠 서 세수할 틈도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엄마 역할을 하느라내 자신에게 소홀해지고 있음 을 느끼지만 이것이 불만스럽기보다는 이렇게 어 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감사하며 오히려 더 부 지런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좀 더 힘을 내라고 말 하고 싶습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내 자신이외에도 돌 봐야 할 가족이 생겼습니다. 슬프다고 이불속에 몸 을 맡기고 눈물바다에 잠길 수 없고, 사는게 힘들다며 어디론가 잠적해버릴 수 없으며 몸이 아프다 고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얼른 추스리고 일어나 아이들을 볼봐 야 하고 살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줌마의 자 리입니다. 하지만 이는 궁상맞고 주책스러운 아줌 마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씩씩하고 지혜로운 아줌 마의 참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바퀴벌레를 때려잡는 이유가 벌레를 보고 징그러워할 줄 모르 는 아줌마여서가 아니고, 노메이크업에 머리를 질 끈 묶고 무릎 나온 바지를 입고 다니는 이유가 멋 부릴 줄 모르는 아줌마여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해한다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을까요.

남자들도 잊지 마세요! 이런 아줌마가 바로 내 어 머니이고 내 아내,내 딸, 내 가족이며 그녀들로 인 해 우리 가정과 이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는 사실을…… 이 시대를 사는모든 아줌마들이 아줌마의 아름 다움을 당당히 뽐낼 수 있기를 바라며 파이팅을 외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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