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04/23/18  

히말라야 가는 길에 중국의 한 공항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공항경찰과 함께 분실했던 장소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당장 불편했다. 어떤 소식도 접할 수가 없으니 세상과 완전히 고립된 느낌이었다.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스마트폰을 대여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빡빡한 일정 탓에 포기해야만 했다.

 

산으로 가는 버스 속에서 스마트폰이 없음으로 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첫째, 가족과 회사에 연락할 방도가 없다. 둘째,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셋째,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할 수 없다. 넷째, 내가 가입한 각종 인터넷 카페나 페이스북, 유투브 등, Social Media에 들어가 글을 읽거나 올릴 수 없다.

  

산에 오기 전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늘 해왔던 습관적인 일들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불편함 그리고, 조금의 걱정이 밀려왔지만 이를 곧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분실해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들을 생각해봤다.

  

첫째, 가족·회사·세상 소식과 단절됐으니 차라리 돌아갈 때까지 만이라도 그것들을 덜어내고 더욱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산행을 즐기자. 둘째, 평소 여행을 할때는 사진 찍느라고 정작 여행지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이제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눈과 귀와 마음으로 히말라야를 실컷 즐기자. 셋째, 그 동안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빠져 살았다. 이번 기회에 소셜미디어 중독에서 벗어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불편함과 아쉬움을 어쩔 수 없었다. 찍고 싶은 멋진 히말라야를 사진으로 담지 못하는데서 오는 아쉬움이 제일 컸다. 물론 가족과 친지, 회사와 연락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산행 첫날, 롯지에 도착해 가이드가 스마트폰을 빌려준다기에 가족과 회사에 연락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함께 산행한 동료들은 롯지에 도착할 때마다 제일 먼저 와이파이에 연결-하룻밤 와이파이에 연결하려면 낮은 곳에서는 1,000루피(1달러가 조금 안 됨), 높은 곳에서는 1,500루피를 내야 했다-하기 위해 기를 썼다. 그런 동료들을 보면서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위한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그 시간조차 오롯이 히말라야를 느낄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했고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확신이 자리 잡아 갔다. 하지만 산행 일정은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었다.

  

귀국길 항공기 안에서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예전에 쓰던 접었다 폈다하는 폴더폰을 다시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예전에 쓰던 폴더폰들을 모두 꺼내 놓고 어떤 것을 사용할까 사뭇 고심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아니 반대라기보다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니 시도도 하지 말라고 했다‘. 평소에 스마트폰을 끼고 살던 아빠가 어떻게 그렇게 하겠냐’며 큰딸이 극구 만류했고, 아내도 여기에 동참했다. 결국 아내에게 등 떠밀려 마지못해 다시 스마트폰을 사게 되는 형국이 되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했다.

  

새로 스마트폰을 장만하던 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자. 전화를 주고받는 전화기 본래의 기능으로만 사용하자. 가능한 한 소셜미디어의 이용을 줄이자. 그러나 이런 다짐도 소용없이 새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페이스북, 유투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 시도 때도 없이 들랑거렸다.

  

스마트폰이 곁에 없으면 불안하다.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도 수시로 들여다본다. 사무실에서도 심심하면 페이스북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사진이나 글을 찾아 읽는다. 그리고 식당에서 음식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내가 올린 글을 읽고 어떤 댓글을 남기는지 궁금해 한다.

  

이렇게 스마트폰에 집착하면서 그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눈의 초점 조절 기능이 약화되고 안구건조증세가 나타나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 또 목과 척추에 통증이 생겼고 어깨와 팔다리도 편치 않다. 무엇보다도 귀중한 시간을 의미 없게 보내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된다.

  

중독 증세가 있음을 알았으니 해결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스마트 폰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면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길이라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적응해 살아가는 것은 통찰력과 판단력을 요구한다. 육체적, 정신적 소모를 막으면서 스마트 폰이 제공하는 혜택을 선별해 누리는 길을 찾아야겠다. 잘 찾아서 실천할 일만 남았다

목록으로